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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Aug 29. 2022

물음표


 사람들은 보통 대화를 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단답을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단답을 보낸 사람은 자신의 말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막상 단답을 받은 사람은 '말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 거지?'라고 난감해하며 고민하게 되니까 말이다.


 어찌 보면 단답에는 무언가 알고 싶은 것도, 뚜렷한 감정도 없으니, 그걸 보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그냥 나랑 대화하는 게 싫은 건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오해를 없애고자 웬만하면 단답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만약 단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내 의도를 알아챌 수 있게끔 문장 속에 충분한 여지를 남기곤 한다.


 지극히 혼자만의 사색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관심의 표현이 항상 물음표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친한 친구들끼리의 대화를 생각해 보면 "지금 뭐 하는데?", "주말에 볼까?"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문장에 물음표가 오고 가지 않던가? 그처럼 나는 상대방에 대해서 궁금해지고, 관심이 생기면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물음표가 늘어난다고 본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으로, 나는 실상에서 보통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는 물음표가 담긴 문장을 건넨다. 무언가 상대방이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해서 묻고, 상대방이 답하면 그 말을 경청한 후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다. 그러나 별로 관심이 없거나 몇 번의 물음표를 보내도 그저 단답일 뿐인 상대에게는 일부러 대화의 빈도를 줄인다. 내 질문이 상대방의 시간을 뺐는 것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또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이 나와 대화를 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


 만약 상대방이 내가 건넨 질문에 대해서 잘 이야기해 준다거나 역으로 나의 생각을 물어봐 주면 대화에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상대방에게 놀라움을 가진다. 보통 질문하는 습관이 배어있는 사람은 드물뿐더러, 질문이라는 수준 높은 대화의 기술을 능숙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이 사람이 나에 대해서 궁금해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이성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사람으로서의 호감 자체가 크게 생겨난다.


 누군가에 대한 관심은 질문이 되고, 질문은 결국 호감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 즉 내가 건넨 물음표가 똑같은 물음표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상대방에게 친근함과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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