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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Sep 01. 2022

자연스러운 변화


 군 생활을 하던 시절, 부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대장님이 바뀌셨다. 신임 대대장님은 온화한 얼굴로 모든 부대원들에게 악수를 하시며 잘해보자고 하셨다. 이후 쓸데없는 부조리와 행정업무들을 없애려 많이 노력하셨고, 항상 웃는 얼굴로 부대원을 격려해 주셨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정말 좋은 지휘관을 만났다고 여겼고, 그 덕분에 부대의 분위기는 화목해지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후 그런 생각은 서서히 부서져갔다.


 으레 모든 부대가 그렇듯이 예기치 못한 사고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순찰이나, 수색, 기타 끊임없는 훈련 때문에 병사며 간부며 할 것 없이 매일 잠을 편하게 못 자니 대대장님의 얼굴에는 점점 다크서클이 짙어져갔다.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와 피곤함은 멀쩡하던 사람을 변화시켰다. 대대장님은 작은 실수에도 점점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지셨고, 계획에 따라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 날이면 다음날 아침 간부 회의 시간을 비난과 질타로 싸늘하게 만드셨다. 그러나 나는 그런 변화에 덤덤했다. 사람이 하루에 3~4시간씩 밖에 못 자고, 고된 일정을 매일 반복하는데 저렇게 안 되는 게 이상한 거라고 말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군대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에서다. 우리는 상대방이 변하지 않길 바라고, 또 그럴 것이라고 여기지만 사람이 한결같은 자세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생활에서도 똑같이 예기치 못한 사고나 실수가 발생하고, 예정에도 없던 일들이 터져 나오며, 회사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친구 관계 때문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변화를 느껴도, 사람이 변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변할 수밖에 없으며, 그런 변화로 인해 세상에 좀 더 알맞은 형태로 적응해 나가는 것이라 여기니까 말이다.


 사람이 한결같기를 바라지 말자. 사람에 대한 욕심과 기대를 낮추고, 상대방의 변화를 겸허히 수용하자. 그리하면 상대방 또한 나의 변화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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