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권
고흥을 떠올리면 나로호 발사로 인한 나로도와 우주 산업 관련 명소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밖에도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한 자연경관이나 섬과 바다의 조화로운 풍경 등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이런 유명 관광지가 아닌 조금은 소외되어 있는 곳. 소록도를 소개해볼까 한다.
주변 섬들에 비해 자그마한 면적을 지닌 소록도는 사람들에게서 잊힌,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구한말 시대부터 한센병(나병) 환자들을 수용했던 이 섬은 현재 섬 전체가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섬에는 한센병과 관련 치료센터 및 마을들이 조성되어 있는데, 박물관과 중앙공원, 일부 해변가를 제외하고는 관람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고흥에서 약간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는 소록도는 자가 차량으로 방문하는 것이 수월하며, 버스로 오는 경우 고흥군내 터미널보다 녹동 터미널로 와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 녹동 터미널은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버스가 존재하긴 하나 그 수가 매우 적고, 순천과 광주를 오가는 버스가 많은데 보통 30분~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올 수 있다.
녹동 터미널에서 차로 약 10분. 소록대교를 지나 섬에 마련된 주차장으로 이동하면 한센병 박물관과 병원, 중앙공원 등을 볼 수 있다. 버스는 시내버스 기준으로 소록도에 서는 버스 편이 2~3시간마다 한 대씩 있기 때문에 그리 추천하는 편은 아니며 뚜벅이의 경우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용이하다.
※소록대교는 여느 대교 못지않게 크고 긴 다리긴 하지만 도보로 건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필자는 실제 도보로 소록대교를 건너보았는데, 운행하는 자동차도 적거니와 주변에 펼쳐지는 풍경이 아늑하여 고흥의 색감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소록 교차로(주차장)에서 해안 데크길을 따라 걸어 들어오면 국립 소록도 병원 한센병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소록도 사람들의 흔적과 역사, 아픔과 노력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관람 정보
관람료 : 무료
관람시간 : 09:30 ~ 16:30
- 매주 월요일은 휴관. 기타 추석과 설 연휴, 1월 1일은 휴관함
- 한센병 박물관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현재 온라인 전시(VR)를 하고 있기에 컴퓨터로 손쉽게 박물관 내부를 감상할 수 있다.
외부 중앙공원으로 가면 입구에 가장 먼저 낙후된 건물들이 눈에 띈다.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이 건물들은 각각 검시실과 감금실로 과거 한센병 환자들의 슬프고 비참한 생활을 대표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열악한 곳에서 아픈 사람을 대상으로 한 비 인륜적인 일들이 일어났다는 점이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공원 외부에는 잘 조성된 공원을 돌아볼 수 있는 짧은 산책로와 함께 아픔과 희망이 서려있는 조형물들을 볼 수 있다.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글씨가 적힌 한센인 탑과 이곳에서 치료에 힘쓰며 공을 남겼던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공석비. 그리고 이곳에서 학살을 당한 84인을 추모하는 애한의 추모비 등이 있는데 하나하나 의미 있는 역사를 담고 있기에 설명문 등을 읽고 가면 좋다.
박물관으로 오가는 출입로 주변에서는 이처럼 아름다운 해변과 남해지역만의 특색 있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다면 사실 소록도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으나, 고흥 전체를 여행하는 중에 잠깐 들렀다 가기 좋고, 우리가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었던 아픔들을 체험해 볼 수 있기에 한 번쯤 방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