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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Dec 11. 2022

의연한 자세


 키가 높았던 풀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둔덕에 앉아 반쯤 언채로 흘러가는 강물을 본다. 지금은 이렇게 낮고, 외진 곳을 돌아 흐르고 있지만 이 강물은 언젠가 바다로 흘러갈 것이라는 걸 상상한다. 그리곤 사색한다. 이 강물이 바다에 닿게끔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뜨거운 여름날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가 바닷가 근처에 떨어진다면 강물은 더 빠르게 바다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산, 어느 계곡에서 여행을 시작한다면 저 멀리 떨어진 바다를 내려다보며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런 환경이나 길을 선택하는 판단력은 강물이 바다에 닿게 하는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끈기. 즉 흐르는 것을 멈추지 않으려는 의연한 자세가 결국 강물을 바다로 이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또 한 번 자연이 만들어준 사색의 터널을 지나며 내 삶에 적용할 힘을 얻는다. 내가 바라는 목표는 가까운 곳에 있지 않지만 반드시 이루어 내자고. 그러기 위해서는 흐르는 강물처럼, 내가 바라는 것을 향해 쉼없이 걸어나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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