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을 닮은 나

by 그리다

나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을 유독 관심 있게 바라본다. 그 이유는 그들이 가진 여러 가지 장점들 중에서도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시끌벅적한 장소를 찾아가거나 다수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고, 거기서 부터 에너지를 얻어 새롭게 내일을 살아가는 능력. 나는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그런 웅성거리는 모임 등에서 에너지를 얻어본 적이 없기에 그들의 방식을 볼 때마다 매번 신기함을 느낀다. 기회가 된다면 그들이 외부에서 얻는 에너지를 어떻게 치환하는지에 대해서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지만, 일단 이번글에는 반대의 입장으로써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내가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지와 그에 따른 특성을 조금 이야기해볼까 한다.


차이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어떤 비유를 드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번뜩 '선인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투박하게 생겨서 정감이 가는 식물. 몇몇의 개체는 자연스럽게 다른 식물들과 어울려서 살아가지만, 생장에 필요한 양분을 얻는 방식은 여타 식물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가지는 선인장. 나는 이런 선인장의 모습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로 나는 으레 내향적인 사람들이 그러듯이, 사막에 홀로 선 선인장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고민이 있거나 안 좋은 일이 있는 경우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지곤 한다. 이런 모습에 외향적인 사람들은 속상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그냥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과 어울려 보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공감하고, 웃고 떠들면 힘도 얻을 수 있고 더 즐거워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에너지 메커니즘은 그들과는 조금 다르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에너지가 소량 증가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사람들과 만날 때마다, 얻는 에너지보다 잃는 에너지가 더 많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능력. 사람과 마주하고 있으면 스위치가 고장 난 청소기처럼 상대방의 정보를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내 안의 특성이 나를 빠르게 지치게 만든다. 이 귀찮은 특성은(좋게 말하면 '통찰'이라고도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상대방의 표정이나 목소리의 변화, 시선의 움직임, 상대방이 말하는 것들과 그와 연관된 수많은 정보 등을 내 안에 쑤셔 넣는다. 함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또 이런 시간이 오래 지속될수록 흡수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는 터라 결국, 나는 얼마못가 여러 개의 화면을 띄운 컴퓨터처럼 버벅거리게 된다. 이와 더불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서 적절한 표현을 하는 행위. 또 지금 대화를 하는 나 자신에 대한 관리(언어, 태도 등)에도 에너지를 쏟게 되면서,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게 된다.


두 번째로 선인장과 닮은 부분을 꼽자면, 살아가는 동안 많은 관심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퍽퍽한 땅에 살고 있다고 해서 선인장에게 물을 너무 자주 주면, 싱싱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별개로 뿌리가 조금씩 썩어간다. 그처럼 나도 지나친 관심이 들어오면 내면이 조금 혼란스러워질 때가 많다. 사람은 감기에 걸리고 나면 이후 그것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던가? 그처럼 나 또한 홀로 도전하고, 좌절하고, 고민하면서 나 스스로를 튼튼하게 만드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얻는 위안은 그만의 특별한 치유로 작용할 때가 있지만, 대부분의 회복 능력은 내 안에서 이끌어내는 탓에, 다른 이들의 관심을 좀처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선인장과 무척이나 닮았다고 느끼게 된 부분은 바로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식물들은 해가 떠 있을 때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광합성을 통해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선인장은 낮이 아닌 밤에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압축, 저장해 두었다가 해가 떴을 때 기공을 닫고 조용히 광합성을 한다. 이런 선인장처럼 나도 고요한 밤이나 홀로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가득 흡수한 뒤,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순간 그것을 전환하고 소모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홀로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꽤 다양하다. 음악이나 영화 감상, 글쓰기, 독서, 명상, 자기 계발 등이 대표적이고 운동이나 여행, 산책, 기타 와인이나 칵테일 같은 술을 혼자 간단히 마실 때에도 에너지가 생성된다. 거의 대부분의 방법들이 정적인 것이라 어떻게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인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에는 공통점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안의 나를 발견하게 만들어주는 행위라는 것. 즉, 나의 에너지는 이런 활동을 통해 떠오르는 깨달음과 자아성찰 등에서 얻어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 밖에도 선인장과 닮은 점이라 한다면 삐죽삐죽 솟은 가시 때문에 겉모습이 매우 차갑게 보인다는 점. 또 잘게 조각이 나더라도 어떻게든 뿌리를 내리는 선인장처럼,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만 있어도 거기서부터 삶에 희망을 꽃피우며 살아간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생략하기로 한다.


글을 마치며 나는 문득,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잘 알지 못해서 오해하고 서운해하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이야기하면 편할 텐데, 왜 저 사람은 계속 혼자 있으려고 하는 거지?'. 반대로 '왜 저 사람은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을 이해해주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 등으로 말이다.


모르는 것을 그저 물음표로 두게 되면 그것은 결국 오해라는 이름으로 변질된다. 하지만 그 의문을 탐구하고 이해하게 되면 그것은 한 사람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으로 자리 잡게 된다. 저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나는 그런 이유 때문에 서로가 가진 성향에 대해서 깊은 존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 안에 조금씩 쌓이는 익숙함과 편견, 그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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