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이유

by 그리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는 무수한 사건과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는 이런 일들에 대해 조금 무던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미련을 둔다거나 질척거리는 일 없이 그냥 '그렇구나'하며 넘기는 그런 마음. 흔히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나는 만남과 이별에 대해서 비교적 가벼운 시선을 두며 살아가고 있다.


어찌 보면 차가울 수 있는 이런 행동에 대해서 사람들이 다양하게 판단할 수 있겠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나의 이런 행동은 차가움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존중에 더 가까운 따뜻한 성질을 띄고 있다. 인연에 대해서 무던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따뜻함일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에, 나는 이 글을 통해 인연을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보통 나는 일상의 모든 일들에 대해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편이다. 내가 억지로 막는다고 해서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을 막을 수는 없듯이, 사람의 마음 또한 그렇게 흘러가는 거라고 여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는 경우나 반대로 멀어지는 경우에도 똑같이, 내 삶에서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라 생각하며 그 순간을 있는 힘껏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먼저 '다가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이 말은 얼핏 느끼기에 '오려면 오던가'라는 느낌으로 여기기가 쉽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대개 누군가에게 다가간다는 행위는 수동적인 요인보다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용기를 내어 선택을 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나는 상대방이 내린 선택을 오롯이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지레 그 '다가섬'을 막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 또한 적절한 마음가짐을 준비한다. 일단 나는 흔히 '여지를 준다'는 말처럼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애초부터 아무에게나 친절함을 베푼다거나 웃음을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저 상대방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줄 정도의 적당함만을 표현하는 정도랄까? 무해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상대에게 전달하되, 너무 과한 배려가 섞이지 않게끔 매일 나의 행동을 체크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벽을 치는 듯한 자세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 오면, 나도 그제야 상대방을 특별한 존재로 인지하고 상대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과하지 않은 잔잔함으로. 이후에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쌓이게 되면 그만큼 더 큰 배려로 상대방을 대하곤 한다.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는 행위는 나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숭고한 것. 그렇기에 나는 상대방이 나에게 다가온다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내가 줄 수 있는 큰 진심을 매 순간 전달하는 것이다.


'가는 사람을 잡지 않는다'는 행위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상대방이 내린 결정을 존중한다는 생각에서부터 나의 행동이 시작된다. 성인이 되면 보통 '인연'이라는 글자 앞에서 깊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학창 시절 옆 반의 친구를 만나듯, 사람을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제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나에게서 멀어지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척이나 오랫동안 고민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또 서로가 존재하지 않는 미래에 대해 상대방이 이미 수백 번 상상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구태여 붙잡지 않는 것이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사람의 마음이란 갈대만큼이나 여린 것. 마음속으로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어도 상대가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하면 그 결단이 흐릿해져 버릴 수 있기에, 나는 상대방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 결과를 온전히 감내하고자 상대방이 떠나가는 순간에도 붙잡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다가갈 때 상대방이 나를 귀한 존재로 여기며 더 열렬히 반겨주길 바라는 것. 반대로 이별을 말했을 때 상대가 미련을 가지고 어떻게든 나를 잡아주길 바라는 것. 나는 순간의 감정 때문에 충동적인 행동을 해놓고는 상대방이 거기에 맞춰주길 바라는 것이 어린아이의 투정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성숙한 자세를 지녀야 할 '어른'이니까 당연히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애초에 상대방은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지 않은가?


끝으로 보통 사람들은 인연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곧 관계에 매달리는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지만, 나는 나의 경험에 근거하여 관계를 가볍게 받아들이고, 가볍게 보내는 것 또한 인연에 최선을 다하는 한 형태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사람이란 서로 다르게 성장했기에, 항상 같은 생각으로, 또 같은 행동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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