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교권침해에 대한 이야기와 무례한 학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나쁘게 행동하는 몇몇 학생들의 이야기까지. 이전에는 잘 꺼내지 않던, 아니 어쩌면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지금의 학교를 웅성거리게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학교 안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냥 쉬쉬하는 경향이 많았다.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책임을 선생님들께 돌리고, 부당함에 맞서기보다 그것을 인내하라고. 그래야 학교에서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주변에서 눈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도 감정을 느끼는 한 명의 인격체이지 않은가? 언제까지고 참기만 하며 살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었다. 결국 오늘날에 이르러 여러 사건이 발단이 되었고 과거의 사건들까지 다시금 재조명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름이 터지듯 참고 참아왔던 선생님들의 분노와 설움이 한 번에 터져 나와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나도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학교 내부에서 일어나는 안 좋은 사고들이 어느 특정한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깨닫고 있었다. 나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전국에 있는 꽤 많은 학교에서 불쾌한 사건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게다가 이런 문제들이 계속 제기되어 왔음에도 이를 잘못되었다 여기기는커녕,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간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의 어른들은 모두 과거에 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과거의 학교 분위기라던지 '선생님'이라는 존재의 권위가 학교 내에서 어땠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그런 시절을 거쳐온 사람이라 그런지 지금의 학교 분위기가 사뭇 친근하면서도, 무언가 아이러니한 불편함이 묻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학생에 대한 처우가 상승하는 것과는 반대로 선생님에 대한 처우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쌤 여기서 뭐 하는 거 없지 않아요? 사서는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말은 내가 실제로 학교 안에서 근무를 하다가 어느 학생에게 들었던 말이다. 직업이나 직장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대뜸 상대 학생에게서 이런 말이 돌아온 것이다. 나름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사서가 되기 위해서 고생했던 지난날들의 기억들도 모두 간직하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로 마음이 아픈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학생을 혼내거나 나무랄 수는 없었다. 괜한 다툼으로 문제가 불거지면 무례한 말을 했던 학생이 아니라 내가 먼저 불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나중에 할 거 없으면 사서나 해야겠다."라거나, "사서는 돈도 별로 못 벌잖아요. 그런 거 안 할래요."라는 등의 가슴 아픈 말을 학생들이 서슴지 않고 했지만 마찬가지의 사유로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잘못하는 건 그저 몇몇의 학생일 뿐이라고. 또 학생이라는 특성상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설움을 삼켰다. 그러나 정말 마음이 아팠던 것은 학생들의 이런 태도가 나 하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학교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교육의 공간으로도 자주 활용된다. 기본적으로 국어 수업이 도서관을 가장 자주 활용하고, 진로 과목이나 사회, 역사 수업의 경우도 선생님들께서 간간히 도서관으로 와 활용을 하신다. 이때 나는 보조적인 역할로 카운터에 앉아 학생들의 수업태도나 말투 등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데, 선생님들께서는 이걸 어떻게 참으시는 걸까 생각이 들 정도로 수업태도가 나쁜 학생이 끼어 있다.
선생님께서 나긋나긋한 말투로 "수업시간이니까 자기 자리에 앉자"라고 말해도 주위를 돌아다니거나 서가 사이에 숨어서 장난을 치는 친구는 기본이고, 바로 앞에서 떠드는 것을 보고 선생님이 "수업 중에는 조용히 해야지"라고 말했는데도 자기가 안 했다며 잡아떼는 아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곤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이 심한 아이에게 선생님이 벌점을 주겠다고 하면 학생은 세상 아니꼬운 표정으로 "네네. 알아서 하세요."라며 무안을 주거나 "아! 진짜! 이건 아니잖아요!"라면서 도리어 화를 내기도 한다.
이에 더해 수업이 듣기 싫다는 이유로 본래의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러 간다던가, 술래잡기를 하듯 혼자서 학교를 제멋대로 배회하는 경우도 있다. 기타 수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수업 중에 불쑥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 것은 너무나도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고, 가끔 선생님께서 그런 상황에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안 가고 왜 지금 가는 거니?"라고 하면 "그냥 화장실 가고 싶은데 어떡해요?"라는 식의 우격다짐으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해 버리는 친구들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선생님께서 왜 자신의 행동을 지적했는지에 대해서 잘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스스로는 항상 옳은 행위만 하며, 그것을 잘못되었다 지적하는 사람은 적일 뿐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아가 더 문제인 것은 그렇게 낙인을 찍어버린 자신의 적을 공격대상으로 간주하여 자신이 가진 역량을 다해 공격한다는 것이다.
적당한 불만은 사춘기라서 그런 것이라 여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봤던 몇몇의 학생들의 행위들로 가늠해 보면, 그 행동들은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차마 덮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가고 있다고 느껴진다. 나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것은 가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나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항상 배워왔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가정이란 예절을 배우는 하나의 요람이며,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아이가 도덕심과 사회성을 맨 처음 익히게 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선생님께 혼이 나고 오면 집에서는 "얼마나 잘못했으면 선생님이 그랬겠냐?"라며 아이의 잘못을 더 호되게 야단쳤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불만을 들은 부모가 학교로 직접 전화해 따지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렇지 않게 자녀에게 "선생님이 뭐라고 하면 얘기해 내가 가서 혼내줄게."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이는 실제로 내가 들은 말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의 변화가 아이들의 인식을 함께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선생님, 나아가 자신이 마주할 수많은 타인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간다고 말이다.
이에 대한 경험을 하나 이야기 하자면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오는 학생이 있었다. 자기주장이 강해서인지 담임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의 선생님들에게까지 요주의 학생으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던 한 친구. 그런 행위가 몇 번이고 반복되자 담임 선생님이 점심시간만 되면 도서관으로 찾아와 사정하듯 그 친구에게 점심을 먹을 것을 권유했다. 화를 낸 것도 아니고 그저 "책은 밥을 먹고 나서 읽을 수도 있으니까 식사를 먼저 하고 책은 나중에 읽자."라고.
하지만 그 친구는 그것을 불쾌해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데 왜 방해하느냐는 식으로 선생님에게 따졌다. 그리고 자신이 왜 밥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규칙을 정확하게 설명하라면서 선생님을 지적했다. 선생님은 그런 학생을 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이야기했다. 점심식사를 하는 것도 수업과 같이 학교 생활의 하나이며, 네가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학교에 있으니 이것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조용히 잘 마무리될 것 같던 이 상황은 며칠 뒤 폭풍이 되어 돌아왔다. 그 친구는 그날로 자신의 부모님께 달려가 그 상황을 말했고 그 친구의 부모님이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폭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유를 들어보니 사실은 무척이나 왜곡되어 있었다. 그 학생은 자신의 부모님께 '내가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담임 선생님이 읽지 못하게 한다.'라는 식으로 부모님께 말했고, 해당 부모님은 그 말을 기준으로 선생님의 태도를 비판하며 '당신이 뭔데 우리 애가 책 읽는 걸 방해하느냐?'라며 따져 물었다. 선생님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설명을 했지만 해당 부모는 모욕적인 말과 무시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선생님을 비판했고, 선생님은 하는 수 없이 죄송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기에 한숨만 나오는 상황. 속상함이 넘쳐나는 순간임에도 선생님은 해당 학생에게도 또 그 부모에게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주변에 선생님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한숨을 쉬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이와 같은 가정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무례함이 선생님의 권위를 떨어트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학생을 가르치고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것이 목표인 직업임에도 자신이 올바르다 여기는 행동을 할 수 없고, 때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니 결국 스스로를 무력한 존재로 여기게 되는 것이라고.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감사합니다'는 말보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혹은 '어쩌라고요'라는 말에 익숙한 몇몇의 학생들. 그리고 그런 자녀의 감정과 기분만을 맹목적으로 믿으며 이기적인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부모님들. 나는 뒤틀려버린 학교의 모습과 그 실태를 보며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노력들이 더해져야 할까를 깊이 고민하게 된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처받고 있을 선생님들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