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의 컬러스토리]
ⓒ일러스트 디자인 김미선
어린 시절 나는 아빠의 검정 정장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검정 정장은 먹처럼 짙고, 블랙홀처럼 쑥 빠질 것 같은
깊은 호수처럼 보였다.
그 검정 정장은 마치 신비한 마법사들이 입는 옷처럼 느껴졌다.
아빠는 검정 정장을 특별한 날에만 꺼내 입으셨다.
할아버지의 장례식, 이모의 결혼식, 언니의 입학식, 나의 졸업식.
아빠의 삶 속의 중요한 날에는 검정 정장이 늘 함께했다.
그런 아빠를 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신비한 검정 정장을
매일매일 입을 수 있는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 상상했다.
다채로운 모든 색을 모두 꿀꺽 흡수한 색이 바로 검정이다.
그렇다.
모든 색이 섞여서 검정이 된다
. 이렇게 많은 색을 가득 담고 있으니,
검정은 단조로운 색이 아닌 다채로운 색이다
. 검정 속에는 다양한 빛이 가득 담겨 있다.
많은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생각하니
검정을 다채롭게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
ⓒ일러스트 디자인 김미선
나는 지인들에게 검정의 이미지를 물었다.
그 누군가에게는 한도 없는 블랙카드로,
블랙 스완으로, 그림자로, 죽음의 색으로, 세련된 도시의 색으로,
배우들의 시상식 속 멋진 슈트가 생각난다고 한다.
이는 블랙이 가진 다양한 에너지가 사람마다
다양한 경험의 색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검정은 그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며,
다른 색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특별한 색이다.
검정은 세련됨과 권위를 상징하는 색이다.
도시의 대표적인 색상이다.
우리가 격식을 갖추기 위해 입는 까만 정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검정은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우리가 검정을 선택할 때
자신감과 절제된 매력을 얻을 수 있는 이유다.
검정은 기계적이고 기능적이며, 전문적이다
. 검정이 균형과 조화를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세련됨과 권위를 느끼게 하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