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을 무작정 때려 부어도 졸린 몸

불면이라는 사치를 부리던 그 시절

by HONG

#불면의 계절


한때는 잠이 오지 않아 괴로웠다.

밤마다 시계 초침이 귓속을 찌르듯 울렸고,

침대는 ‘쉼’이 아니라 ‘심문실’이었다.

눈을 감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늘 죄어왔었다.


수면제 없이는 한순간도 잠들지 못했던 시절,

나는 ‘잠’을 쫓는 사냥꾼 같았다.

사냥감은 항상 멀리 달아나 있었고,

나는 새벽까지 몸을 뒤척이고 잠이 찾아올 때까지 시간을 버텼다.



#열두 시간 이상의 무게


그러나 시간과 상황은 모든 걸 뒤바꿔 놓았다.

잠이 오지 않아 괴로워하던 몸이,

이제는 너무 쉽게 무너져 버리는 몸으로 변했다.


하루 열두 시간 이상 운전대를 붙잡고 있으면

몸은 기계의 부속품처럼 닳아간다.


출근길에 급한 사람, 퇴근길에 지친 사람,

짧은 거리에 툴툴대는 사람까지

수십 번의 승하차를 반복하는 동안

등은 굳고, 손은 핸들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는다.

목은 뻣뻣해지고, 오른발은 브레이크 페달 모양으로 굳어간다.


붉은 신호등이 번질 때면

그건 더 이상 단순한 교통 신호가 아니다.

“이제 눈 감아도 돼.”

잠은 그렇게, 불시에 내 어깨를 짚는다.


집에 도착해 이불에 몸을 던지는 순간,

내 의지는 꺼진 전등처럼 사라진다.

불면증의 ‘깨어 있음’이 차라리 그리울 정도다.

이제의 나는 잠 앞에서 늘 무방비다.



#커피와 알약의 동맹


그래서 나는 커피를 마신다.

아침에 한 잔, 점심에 또 한 잔,

저녁에도 꼬 한 잔.

심야까지 이어지면 결국 카페인 알약까지 삼켜 넣는다.


커피는 더 이상 취향이 아니다.

입에 넣는 순간 쓴맛보다 안도감이 먼저 온다.

목구멍을 넘어가며 온몸에 퍼지는 각성의 신호

생존의 연료이자, 졸음과의 협상 카드다.


그러나 아무리 부어 넣어도

잠은 늘 제시간에 찾아와 나를 무너뜨린다.

커피와 알약이 해주는 건 단 하나

쓰러짐의 순간을 잠시 늦추는 일뿐이다.



#농담이 진실이 될 때


얼마 전 본 유튜브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 안에서 알바를 하던 연예인이 이야기한다

“형, 카페인 알레르기 있지? “

“뒤지게 일해봐야 알지. 커피 없이는 못 버틴다니까.”


웃자고 던진 농담이었을 것이다.

카페 한구석에서 흘려보낸 짧은 대사 하나.

그러나 그 말은 내 귓속에 오래 남았다.

가볍게 웃어넘길 줄 알았는데,

입꼬리는 저절로 내려앉았다.


화면을 보다가 문득 내 손 위의 커피잔을 내려다보았다.

농담은 농담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미 내 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잠의 다른 얼굴


예전엔 잠이 멀리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던 그때,

나는 잠을 기다리며 천장을 세었다.


지금은 반대다.

잠이 너무 가깝다.

신호 대기 중에도, 손님과 대화 중에도

어깨너머로 다가와 나를 부른다.


언제나 타이밍이 어긋난다.

잠이 필요할 때는 멀고,

깨어 있어야 할 때는 가깝다.



#졸린 몸의 증거


커피를 1리터 이상 때려 넣어도 졸린 몸.

운전대 위에서 고개가 끄덕일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게 내 한계인 걸까, 아니면 내 현실인 걸까.


답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내일도 커피를 마실 것이고,

필요하면 알약도 삼킬 것이다.

졸린 눈으로 또 하루를 버텨낼 것이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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