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소의꿈 Nov 01. 2023

백수는 일이 하고 싶어서

글이 쓰고 싶을 땐 시간이 없었고 정작 시간이 주어졌을 땐 글을 쓰지 않았다. 1년이 넘는 동안 백수로 지냈지만 글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 글을 못쓴다는 핑계는 더 이상 댈 수 없다. 글이란 건 시간으로 쓰는 게 아니다.  경험해 보면 안다.


당신 직업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글을 쓰고 있으니까 프리랜서 라고 해도 될까. (프리랜서 라 했다가 백수 란 얘기를 들었다) 기사를 쓰고 있으니까 시민기자라고 할까. 글로 돈을 벌고 있으니 자유기고가 라고 할까. 이것저것 잡아 끌어오다 결국 무직입니다. 하고 말했다. 50대. 아무리 조기은퇴가 유행한다 해도 일이 없는 삶은 무료하다는 걸 알고 있다.


일이 하고 싶었다. 돈도 벌고 싶었다. 취업 사이트 알바사이트를 뒤졌지만 더 이상 나에게 허락된 돈벌이는 없었다. 알바천국을 뒤지다가 **학습지 구인난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  "알바천국 보고 연락 드립니다."라고 문자를 남겼더니 곧이어 전화가 왔다. 간단한 전화 면접을 거쳐 대면 면접을 봤다. 동네 카페에서 한 시간가량의 업무 얘기를 나눴다.  방문교사는 나이제한에 걸리지만 공부방 창업은 가능하다 했다.  창업 비용은 무료. 못할 이유가 없다.  지원서를 작성하고  센터국장과 2번째 면접을 봤다.


11월 1일 사무실 센터에서 회사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한 시간가량 들었다. 들어보니 괜찮았다. 2025년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인공지능 첨단 시스템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공부방 창업 진행을 하기로 하고 내친김에 우리 집까지 방문했다. 공부방으로 가능한지.


작은방을 비워야 했다. 작은방엔 장롱이랑 옷들로 가득 찬데 다 비워내야 하다니... 도대체 어디로 옮긴단 말인가. 두 국장은 내가 생활하는 안방을 보고 요리조리 시물레이션을 돌리더니 이곳에 옷장을 넣으랜다.

아..... 대대적인 변동이 있어야 한다.  난감한 기색을 보였더니 와서 짐을 옮겨준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지만 일단은 작은방을 비우기로 했다. 비워야 공부방을 할 수 있다.


다다음주에 7일간의 교육이 있고, 회사에서 공부방에 필요한 책상, 의자 등 모든 물품을 지원한다.

그리고 홍보도 해준다. 그리고 12월부터 본격적인 공부방을 개업한다.


이 동네는 아이들도 없는데 가능할까. 일단 시작이라는 버튼을 눌렀다.

일이 하고 싶어서.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VS 혀드라잇.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