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은 상상이며 허구일 뿐이니 내가 정신분열과 비슷한 증세를 앓고 있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모름지기 작가란 어떠한 유쾌한 상상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 작가가 필명을 바꾸면 생기는 일이 어떤 것인지 한번 보도록 하자.
아니, 오전부터 배드민턴 치고 힘들어 죽겠는데 아침에 그렇게 떠나보낸 것이 '그리고' 작가님에게 큰 상처가 되었나 보다. 나는 쿨하게 떠나지 못하고 칭얼대는 '그리고'작가와 나를 위해 찾아온 '행복한 난쟁이(happy dwarf)'작가를 초청해서 우리끼리 대화하며 송별회를 하기로 하였다. 뭐 두 작가들이야, 내가 만든 인물들이니 현실에서 차 한잔도 나누지 못하는 처지이지만 이런 상상 속에서나마 위로를 해주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만큼 그리고 작가는 뒤끝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아니, 오전에 일어나 보니 뭐? 잘 가요, grigo. 반가워요, happy dwarf ? 잘 가요? 반가워요??? 이렇게 짧은 글로 나를 해고하는 것이 온전한 처사인가?
나: 그게 아니고 어차피 그리고 님도 내가 만든 필명일 뿐인데 뭐 그렇게 오버를 하고 그래요. 그냥 쿨하게 주인이 새로운 도약을 하는 것을 지켜봐 주면 되지.
그리고: 도약 같은 소리 하네. 네가 자신만만하게 나를 가져다 놓고, 3일 만에 쓸 거리가 없어서 끙끙대던 놈을 구제해줬더니 이제 와서 한다는 말이 쿨하게 지켜보라고? 네가 만든 허상일 뿐이니 조용히 사라지라고? 27일간 장장 127개의 글을 썼다. 너의 꽉 막힌 사고를 넓히기 위해서 온갖 도전은 내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했지. 시작은 어떻고? 브런치에 합격한 것도 결국 내 덕분이 아닌가? 나는 성공하고 싶었지만 너는 나와 생각이 같으면서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행복한 난쟁이인가 드워프인가를 억지로 쓰게 했지. 그리고 착한 사람인 척 인생을 한번 바꿔보시겠다?
happy dwarf: 내가 이 상황에서 무어라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보게, 나도 자네와 같이 고용된 입장이 아닌가? 물론 무보수라는 것은 잘 알고 있네. 아주 중노동이지.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이 사람이 얼마나 딱한가 오죽하면 자네와 나를 사용해서 글을 쓰려고 했겠나.
그리고: 당신은 말투가 아주 나이 든 노인과 같군. 어쨌든 나도 그냥 이렇게 사라지는 것이 섭섭해서 그런 거야. 딱히 악감정은 없어. 나야말로 이 멍청한 주인이 기억하지 않으면 세상 그 누구하나 기억해 주지 않을 사람이란 것을 잘 알고 있지. 기억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사라지는 거야. 먼지처럼. 그래도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행복할 때도 있었어. 분명 나도 좋았다고. 그래서 더 서운하기도 한 것이고...
happy dwarf: 나나 자네나 어쨌든 이 부족한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정신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자네가 사라져 봐야 어디로 가겠나. 세상은 잊어도 자네의 도움으로 시작한 글쟁이의 삶을 이 사람이 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자네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의 실험실'은 계속 유지하고 한편으로 자네의 정신을 계승하려고 하네. 무엇이든 선배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남겨야 하는 것이지. 무엇보다 자네가 이루었던 모든 것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네. 자네가 나를 결국 만들었고 그전에 수많은 글들을 통해서 이 주인이 생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하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정말 큰 일을 한 것이지. 사람 하나 살린 것이야.
나: 저기... 아무리 상상 속이지만 너무 제 앞에서 심하게 디스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행복한 난쟁이' 작가님은 진짜 사람 좋게 봤는데 역시 내가 만들어서 그런가 아직은 그리고의 향기가 많이 남아있네요. 더욱 부지런히 발전해야 하겠습니다. 어쨌든 그리고 님에게도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당신으로 지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에 도전할 수 있었고 작은 성취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언제나 잊지 않을 거예요. happy dwarf 작가님도 그리고 님처럼 부지런히 노력하시지 않으면 언제든 팽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면 좋겠어요.
happy dwarf: 이런 인성에 문제 있는 사람을 보았나!
그리고: 당신도 나와 같이 사라질 수도 있겠구먼. 열심히 하게나. 어쨌든 다 각설하고 사실 나는 주인이 자랑스러워. 힘든 순간들이 있었지만 용감하게도 잘 따라와 주었지. 나를 이어 happy dwarf 자네가 내 후임으로 와줘서 더욱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happy dwarf: 크흐흠. 나도 그리고 자네가 나를 만들어 이 사람에게 소개해준 것에 상당히 고마워하고 있다네. 어쨌건 정말 고마우이. 나도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네.
나: 두 작가님 모두 다 '저'이니까요. 어디 사라지는 거 아니고요. 계속 평생 함께 행복하게 글 쓰다 가자고요. 인생 뭐 별거 있나요? 건강하게 먹고살면서 주변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고 시간 나면 하고 싶은 일 하고 살면 장땡인 거지요. 암튼 그리고 작가님은 뒤로 물러나지만 앞으로도 happy dwarf 작가님이 좀 부족해 보이니 조언 부탁드려요. 아니다. 그냥 내 안에 방한칸 내 드릴 테니까 편집장으로 도와주세요. happy dwarf 작가님 괜찮으시죠?
happy dwarf: 그럼, 그럼! 나는 그 누구보다 부족한 사람이니 선배의 도움이 절실하단 말이지. 이제 든든하구먼.
그리고: 편집장이라니...
나: 그럼, '그리고' 작가님의 송별회를 이렇게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우리 자주 회의로 만나요. 저는 이만 바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