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생각이 흥미로운 소재가 되어서 재미있는 글 한편이 완성될 때가 있다. 우리는 재능 있는 작가들이 어떻게 남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세상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부분을 보여주는지 늘 궁금하다.
기발한 글, 재미있는 글, 좋은 글, 의미 있는 글, 유명해질 글을 나도 쓰고 싶다. 그렇다면 그런 글을 쓰기위한 나의 강의를 시작하겠다.(이 글은 실험실에 들어갈 글임을 참고해주기 바란다.)
첫째로 대다수가 가는 방향은 검증을 마친 효율적인 길이지만 그 길은 기발함과는 멀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남과 무조건 다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진을 고르고 배치하고 그렇게 글 외에 무엇을 신경 쓰는 것이 힘들 정도로 게으른 사람이었다. 게으른 사람이 글은 어떻게 쓰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에 쌍둥이도 성격이 다를진대 나 같은 사람은 '글'자체에만 관심이 있어서 글 외에 어떠한 노력을 하면 본질적인 것에 흥미가 떨어져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바로 진짜 '글' 자체만 쓰는 것이었다. 이것이 기발한 생각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하면서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같았다. 초반에는 사진은 못 올리더라도 브런치 에디터 기능 중에 있는 이모티콘을 글의 상황에 맞게 한두 개 쓰긴 했으나 일주일째가 되어서 그것조차 나와는 맞지 않음을 깨닫고 모조리 없애버렸다. 작가의 편의를 위하여 여러 가지 기능을 만든 브런치팀에게는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인사를 전한다. 어쨌든 자신의 고유한 성향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고유한 가치가 될 수 있는 시작점임을 명심하자!
둘째로 시도를 하지 말고 실험을 해보자! 나는 브런치 작가에 합격을 한 후 단 삼일 만에 글을 쓸 어떠한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아서 매우 당황했었다. 그리고 평상시 내가 먹던 원두까지 떨어져서 겨우 찾은 베트남 인스턴트 블랙커피로 대신 만족해하며 있었다. 엄청난 작가가 되리라는 꿈은 어디로 가고 삼일째에 벌써 글이 안 써지니 참 기가 막혀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가만히 소재가 떠오르길 기다리다 이대로는 한도 끝도 없이 시간을 버리겠다는 생각에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적으며 의식의 흐름에 맡겨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글이 안 써지는데 원두도 떨어졌을 때'가 나왔다. 무슨 명작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렸다면 그날 어떤 글도 쓸 수 없었을 텐데 쓰다 보니 나온 글이라 신기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런 비슷한 경우로 상황 그 자체를 소재로 한 것이 '시를 쓰다가 와이프에게 들켜서 쓴 글'과 '억지로 써보는 글'이었다. 그리고 좋은 글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나쁜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햇병아리 작가의 모습을 발견했다. 문득 나쁜 글의 요소만 모아서 글을 쓰면 정말 나쁜 글이 될까? 하는 생각에 '나쁜 글'을 썼다. 그리고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문장을 제외했더니 아무것도 없더라는 콘셉트의 '좋은 글'이 이어서 나왔다. '좋은 글'은 사실 문학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미술적인 요소가 있지만 실험실에는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시도들이 실험같이 느껴져 '작가의 실험실'이라는 매거진에 실험 같은 시도들을 묶어놓고 계속해서 실험적인 글을 쓰려고 한다.
셋째로 장르를 가리지 말고 도전해보자! 나는 십 대 후반 시절에 무협과 판타지 소설에 매우 빠져있었다. 그래서 '조아라'라는 사이트에 부끄럽게도 판타지 소설을 연재하다가 무수한 떡밥을 감당하지 못한 나머지 끝을 맺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였던 아픔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글을 쓰려니 어떠한 장르가 중요하다기보다 내가 잘 다룰 수 있는 장르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나는 가볍고 명쾌한 문장으로 자극적인 소재를 가득가득 넣은 먼치킨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실상 본질적인 인간에 대한 질문과 철학적인 물음이 빠진 글은 쓰기가 힘든, 쉽게 말하여 나는 멋지고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허세가 가득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개똥철학이더라도, 누군가 비웃더라도 지금은 내가 그런 사람임을 스스로 초라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누가 인정해주기 전에 나를 솔직히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이 바로 '나'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떠한 장르로 내가 말하기를 좋아하는가하고 생각을 하였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 시를 읽다 문득 시란 무엇일까?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 하고 난생처음 '시'를 써 보았다. 그리고 혼자 집에 있다가 세상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라는 생각에 소설 '좀비보다는 낫지만'이 시작되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면서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지만 현대적인 배경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잘되면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되면 좋겠다. 일단 내가 재밌게 볼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시를 쓰기 전에는 내가 평생 시를 써볼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한번 써보니 일상을 살아가다 내가 좋아하는 빈센트 반 고흐를 주제로 두 번째 시인 '빈센트'가 나왔다. 나는 시랑 맞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금.시.빠(금방 시에 빠지는 사람)인가? 어쩌면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될지도 모르겠다.
넷째로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하여 써보자! 흔히 글을 쓸 때는 해당 소재에 관한 자료를 공부하고 배경지식을 습득하여 철저한 준비를 거치는 경우가 있다. 분명히 그렇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일이며 글을 길게 쓰자면 완성도를 올리는 일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내가 아는 것만 쓰다가는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해야 정기적으로 글을 올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하여 글을 쓰다 보면 그 자체로 그것에 대하여 조금씩 알아가는 유익이 있는데 더불어 글을 쉬지 않고 쓰는 습관을 들이는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글에는 결국 많은 작가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준비들이 철저히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두려움을 가지거나 잘 모르기 때문에 실수할까 봐 주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욕을 먹는다 해도 나중에 큰 글쟁이가 된다면 그것은 자양분으로서 그만한 역할을 한 것일 테다.
다섯째로 마음을 따라가자! 나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런 생각이 안 들어서 당황한 때가 있었다. 그것이 '억지로 써보는 글'이었다.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일단 써보자. 어떠한 못생긴 글이 나오더라도 일단 쓰고 싶은 마음 그 자체에 충실하자! 내 마음은 쓰고 싶다는 것이지 명작을 남기라는 지엄한 왕의 명령이 아니니 두려워하지 말자. 의외로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좋은 생각이 뒤늦게 떠오를 때가 있다. 꼭 쓰고 싶은 마음이 번개의 빛이라면 글에 대한 아이디어는 뒤늦게 울리는 천둥과도 같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 천둥소리가 안 들린다고 해서 당신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마음을 따라가면 일단 쓰고 싶은 마음을 달랬기에 그것으로 나를 위로함이 된다.
여섯째로 항상 잘 쓰려고 하지 말자! 매번 글을 잘 쓸 수도 없거니와 그러한 노력이 부질없을 정도로 우리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그 많은 위대한 작가들이 글을 쓰는 것을 피를 흘리는 고통으로 비유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조차 처음부터 완벽하게 글을 쓰지 않았음을 기억하자. 어쩌면 부끄러워 내놓지도 못할 습작들이 방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도 위대한 글을 쓰기 전에 그 글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글들을 쓰자. 그러려면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라도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질보다는 양의 문제인 것이다. 쓰다 보면 분명히 나아진다.
이상 브런치 작가로 입성한 지 10일째 햇병아리의 송구한 글쓰기 강의를 민망한 마음으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