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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Jun 17. 2024

할미꽃이야기

흰머리염색

뜨개모자 선물 grigogl [도연]

 "엄마 할머니처럼 보이니? " 1년여 전부터 염색을 하지 않았다. 어깨 위까지 허옇게 덮인 머리를 보며 아프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 할머니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염색의 유혹은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그렇게 1년여를 보내고 있는 요즘은 할머니로 불리어도 웃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다니는 미용실 원장님의 신신당부가 늘 마음에 걸리곤 했다. 흰머리를 하나로 묶으면 할머니처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절대 묶지 말라는 것이었다. 머리를 묶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아들에게 물었다. 아침밥을 먹고 있던 아들은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엄마.. 푸시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의문의 1패를 얻은 후 미련 없이 고무줄을 뺐다.

 집에는 할미꽃이 있다. 전주인분께서 심어놓으신 할미꽃은 매년 세를 확장하면서 피고 있다.  매력이 없었다. 짧은 줄기에 매달려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만 보고 있는 할미꽃이 낯설었다. 다음 해에는 냉해 때문인지 그 모습이 더 초라해 보였기에 다른 꽃들에 치여 생을 마감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원래 할미꽃이 이런 모습이었나 싶을 정도로 생기가 돌았다. 늘어진 꽃잎에 허옇게 솜털이 볼품없이 엉켜있던 때와는 달리 자줏빛이 나며 우아하기까지 했다. 줄기도 제법 길어졌다. 초라한 첫인상만으로 외면하려 했던 때를 생각하니 미안함까지 들었다. 할미꽃의 진가를 보고 나니 집 주변을 거닐 때마다 앞에 서서 넋을 놓곤 했다.

 묶었던 머리를 정리하고는 마당을 걸으러 나갔다. 흰털로 덮인 열매만 남아있는 할미꽃이 보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대는 중심을 잡으며 꺾이지 않았다. 할미꽃과 동질감을 느끼며 초점이 흐려질 즈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행이었다. 할미꽃이 더 이상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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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묶는 걸 한번 더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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