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연 Jun 17. 2024

우리집.

'가족은 따뜻하고 무딘 날이다'

우리집 grigogl [도연]

"차선생!! 차선생? 노~노~

또 놀아달라고 떼 쓰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리도 할 일을 해야잖아.

차선생이 기다려줬으면 좋겠는데 말야

그렇지 그래야지

차선생은 역시 똑똑해"

[드라마 '우리,집' 홍여사 버전/차선생은 냥이 차차이다.]


 집착, 통제, 독선, 방관 그리고 위선적인 그들만의 사랑법은 가족이라는 따뜻한 프레임안에 숨어 있다. 요즘 재미있게 보는 '우리 집' 이라는 블랙 코미디 드라마이다. 자극적인 소재와 틈이 없는 긴장감은 '가족이 뭐 저래'하며 부정을 하면서도 '그래, 집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거두어 내지 못하는 일들이 많지'하며 극속으로 빠져들었다.  

 아흔이 넘으신 엄마는 손주를 볼 나이가 된 자식들의 미래를 걱정하신다. 알뜰하게 살림을 해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저축을 해야 하고, 장성한 손주들은 짝을 만나 결혼을 해야 한다. 엄마의 '해야 하는' 울타리에 가둬 둔 생각은 정말 고집스럽다.그러니 양에 차는 자식들이 없어 삶이 풍족함에도 늘 결핍되어 속상해하셨다. 그런 엄마를 답답해 하던 우리는 언젠가부터 세대차이와 세련된 사고 방식을 운운하며 분리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나는 다를까. 성인이 된 아이에게 여전히 반찬을 골고루 먹어야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하루에 30분정도는 햇빛을 봐줘햐 한다고 마당으로 내밀기도 하며, 책을 읽어야한다고 강요하기도 한다. 자극적인 소재만 없을 뿐이다. 아이의 생각을 존중한다고 수도 없이 말하지만, 부모라는 이유로 걱정한다는 이유로 보통의 삶조차 통제하려는 일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멈춘적이 없다. 그런의미에서 드라마 '우리집'은 각자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 것에 서툰 그들과 우리들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다행인 것은 볕을 보라고 등을 떠미는 엄마에게 왜 지금은 하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 설명을 하고, 꿋꿋하게 먹고 싶은 반찬만 먹는 다거나, 지금은 책을 읽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반골기질이 왜 그리 반가운 것인지. 남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주로 아내인 내가 통제를 하려 들고 남편은 방관하는 입장이었다. 서운함과 귀찮음의 수위는 여러번의 다툼과 무수히 많은 서사를 품은 채로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을 만큼의 적정선에 닿아 있다.

 스무해를 넘는 시행착오는 방관도 집착도 과하지 않게, 각자의 방식으로 집을 지키고 가족을 사랑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방법을 알게 해주었다. 가족은 따뜻하고 뾰족하면서도 무딘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분에 모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