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 좋은 이는 그렇게 꽃길을 걷는다.

by 도연
grigogl. 꽃길을 걷다


미세먼지일지 황사일지 모를

누런 자욱들은 빗물에 엉기어 차창을 덮는다


세차게 내리면 시원하게 씻겨내려 갈터인데

어설피 내리는 모양새는 기어코 흔적을 남겼다


또르르 흘러내리는 방울에

먼지도 꽃잎도 눈치없이 뒤를 따른다


일상도 묻어가면 좋으련만,

한결같은 통증도 비를 타면 좋으련만,


자작자작 비를 밟으며,

내달리는 차안으로 스며드는

고운 풍경이 안쓰럽다


때를 잊은 꽃잎들이 비에 지지 않기를.

비에 지는 꽃잎들이 두 손안에 머물기를.


올해는 한 번도 꽃길을 걸어보지 못하는구나


눈으로 걷는 길

마음으로 걷는 길

맷집 좋은 이는 그렇게 꽃길을 걷는다.



[그럭저럭 시. 스물다섯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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