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를 들고 나선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던 땅은
퍽이나 고단했는지 딱딱하게 굳어 있다
물을 주어도 비가 내려도 겨우겨우 스며들 뿐,
어지간히도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신기하지.
기어코 애를 쓰며 나오는 여린 싹들은
어디 하나 다친 곳 없다
호미질을 한다
흙이 고슬고슬해졌다
단단한 땅은 보드라운 흙을 품고 있다
물을 주면 넙죽넙죽 받아들이고
비가 내리면 깊이깊이 머금는다
촉촉해진 흙은 뭐라도 다 내어 놓을 듯 순해졌다
마음도 호미질을 해주면 좋으련만,
찰지고 윤기도 흐르면 좋을 텐데.
나이에 나이를 더할수록 푸석거리며 바스러진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좀처럼 지치지 않으려는 심성이 헤집고 나와
물을 찾고 비를 부른다
어제는 마당에 심을 꽃을 사 왔다
꽃이 호미가 되어주려나.
심어 놓은 꽃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변덕스럽다
금세 보드랍고 폭신해진다
[그럭저럭 시 스물여섯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