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이름과 그 해석을 낳은 그림
디에고 로드리게즈 데 실바 이 벨라스케스[La fragua de Vulcano. VELÁZQUEZ, DIEGO RODRÍGUEZ DE SILVA Y. 불카누스의 대장간. 1630. P1 S00]
이탈리아 유학을 통해 새로운 기법을 접한 벨라스케스는 주문에 의한 그림이 아닌 자신 스스로 원해서 그렸던 그림이다. 이 그림의 재미난 점은 모든 화가가 다루지 않는 작품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 불카누스를 그린 화가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불카누스는 그림 속에 등장할 만한 주제를 지닌 것도 없고 신체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모습은 그림에서도 삐딱한 자세를 통해 이야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카누스는 큐브라는 물건을 만들어 자신의 아버지에게 도전했고, 아버지가 맞추면 무기를 만들어 주기로 했지만 못 맞추면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 했다. 결국, 제우스는 맞추지 못한다.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아무튼, 불카누스는 미의 여신 “비너스”를 아내로 달라고 한다. 갑자기 비너스는 불카누스의 아내로 가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버린다. 이 때문일까? 비너스는 전쟁의 신 마르스와 바람을 비우게 된다.
벨라스케스는 카라바지오의 빛의 기법을 아폴로의 머리에 등장을 시킨다. 태양의 신답게 그 머리에서 빛을 비춤으로 전체적인 빛의 흐름이 아폴로의 머리로부터 시작됨을 나타낸다. 빛이 퍼지듯 소문도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이해관계를 담고 있다.
아폴로는 비너스와 마르스 불륜의 현장을 보았노라고 불카누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 속에 불카누스는 순간 놀라는 표정이다. 그리고 오른편에 보면 제일 끝에 수염이 덥수룩한 사람은 인생 살면 다 그런 거야? 라는 식으로 뭐? 대단한 문제라고…. 하며 자기 일에만 집중을 한다. 하지만 그 왼편에 젊은 남자는 놀라서 그 입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 우리가 불카누스를 최근 많이 봐 왔다. 바로 영화 마블 시리즈에서 토르의 도끼를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등장한 키도 작고 수염이 덥수룩하고 걷는 것도 불편해하는 불카누스가 바로 이 그림 속의 불카누스이다. 그 불카누스는 신이다. 그 옆에는 키클롭스 형제들이나 타이타늄족들이 있어야 하는데, 인간의 모습이다. 그것도 지극히 스페인적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바쿠스의 승리에서 말한 것처럼, 벨라스케스의 장점은 바로 사실적인 존재감을 그림 속에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보는 이들이 자신의 상황과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머무는 현실 속의 이야기처럼 신들의 모습도 우리와 다른 것이 없구나라며 스스로 자신의 삶에 위로를 얻게 된다.
특히 당시 정물화에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미술계는 수르바란과 벨라스케스의 정물화 사용으로 인해 스페인에서 좀 더 활성화된다. 그림 제일 오른편 상단의 그릇을 보면 빛의 기법에 따라 움직임이 보인다. 그리고 불카누스가 망치로 내려치는 용광로에서 나온 쇠의 감각 그리고 제일 오른편 남자가 갑옷을 만들고 있는 정물의 표현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던 기법들이다.
불카누스의 대장간은 부부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림 속에서 비추어지는 붓 터치의 기법은 실로 놀랍다. 몸의 근육과 움직임 등은 루벤스의 역동 미의 표현으로 인해 더 섬세하게 부드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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