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본에 충실한 흐름을 따랐던 작픔
지암바티스타 티에폴로[La Inmaculada Concepción. TIEPOLO, GIAMBATTISTA. 원죄 없는 잉태. 1696. P1 S00]
아랑후에즈에 위치한 수녀원의 왕실 교회를 위해 7개의 캔버스로 그렸던 그림 중 하나인데, 파체코가 세웠던 무염시태(원죄 없는 잉태) 규범을 가장 충실하게 따라 그렸다고 해야 할까? 티에폴로의 그림은 좀 더 사실적인 이미지로 그림이 다가온다.
열두 별의 왕관은 12지파를 상징하며,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의 능력에 의해 동정녀 잉태와 함께 성령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시사하며 성령의 능력에 의해 죄없이 잉태함을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푸른 지구를 밟고 있는데, 이는 아담과 이브에게서처럼 첫 아담은 실패를 상징하고 두 번째 아담인 예수는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듯 성모는 항상 두 번째 이브를 상징한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이브에게서도 성모의 모습이 엿보이게 그렸듯이 티에폴로 역시 지구 위에 서 있는 성모의 모습에서 그런 모습을 추정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 이 지구를 밟고 있는 발의 뒤편에는 초승달이 등장하는데, 앞 무리요의 무염시태에서 설명했듯이 순결의 여신을 상징하는 아르테미스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초승달 이미지로 등장을 하지만, 그 이미지를 끌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성경 속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바로 발밑의 용이 등장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요한계시록 12장에 등장하는 구절에 근거를 두고 있다. 용이 입에 물고 있는 것은 선악과로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던 그 열매이다. 그리고 그 옆에 아기 천사가 들고 있는 또 다른 꽃은 백합이다. 초승들의 의미처럼 순결함의 상징이다. 그리고 바닥의 종려나무는 승리를 의미한다. 저 종려나무는 가끔 노란색으로도 등장함으로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 그림의 전체적인 특징은 이브의 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여는 의미를 지녔고, 그 완성의 모습 속에 순결함이 주된 상징이며 악을 정복하고 승리함으로 지구를 다시금 회복시킨다는 의미를 지닌 그림으로 파체코의 의미를 가장 완벽하게 담았고 담백한 붓 터치로 인해 그 의미를 확연하게 등장을 시켰다.
하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후대로 갈수록 티에폴로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찾던 이들은 결국 멩스와 그의 제자인 마에야와 바에우의 그림에 밀려 전시에서 사라지게 된다. 왜냐하면, 형형색색의 발랄한 이 베네치아식의 그림이 당시에 유행하던 신고전주의를 추구하던 스페인의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금 우리의 눈앞에 드러난 티에폴로의 그림 덕분에 바로크 시대의 그림으로 온통 장식된 프라도 미술관의 구조 속에서 잊어가던 베네치아의 생기발랄한 화려한 색상을 다시금 맞볼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