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
프란시스코 고야 루시엔테스[El 2 de mayo de 1808 en Madrid o ''La lucha con los mamelucos''. GOYA Y LUCIENTES, FRANCISCO DE. 1808년 5월 2일 또는 “맘루크와의 전쟁”. 1814. P0 S00]
마누엘 고도이는 나폴레옹과 비밀 협약으로 포르투갈을 침공한다는 명목하에 스페인을 들어오게 했다. 물론 자신이 포르투갈을 다스린다는 명목하에 저지른 일이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나폴레옹 군대의 잔인함 속에서도 묵묵하게 침묵을 지키는 태도를 보인다. 스페인 왕실이 있으나 그를 무시한 채 스페인을 장악하며 들어온 자신의 형 장군 무라트를 처음에는 왕으로 세우려다가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 결국 자신의 형 조세프 보나파르트를 왕으로 세우게 된다.
프랑스의 지속된 말도 안 되는 수많은 정책에 결국 시민들은 항거하게 되고, 마드리드 중심부를 시작으로 많은 지역에서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 나폴레옹의 형 무라트는 강하게 진압을 시도하게 되고, 무라트의 휘하에 있던 이집트군으로 구성된 기마부대 맘루크 인들이 합류한다. 맘루크 인들의 잔인함은 더 극에 달했는데, 고야는 이 그림을 통해 당시의 기억을 생생하게 재현을 한다.
우선 중앙 붉은 바지를 입고 죽은 맘루크인 위에 또 다른 맘루크인 이 무기를 들고 있는데, 고야는 이들보다 그 뒤에 서 있는 몇 명의 사람들을 그려 우리를 충격에 쌓이게 하고 있다. 그들의 시선은 왼편의 마드리드 사람과 오른편의 맘루크 인의 다툼 속에 아무런 감정도 참여 의지도 없는 방관자의 눈빛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족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 나만 관련 없으면 된다는 저 눈빛은 당시 고야가 보았던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시킨 것이라 저 그림 속에 감추어진 부분으로 머물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게 흐르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오른편 하단의 노란색 바지를 입은 마드리드인이 말을 날카로운 무기로 찌르는 장면이 보이는데, 사실 마드리드에는 무기라고는 전혀 없다. 무기는 프랑스 군인이 갖추고 있고, 기껏해야 나무로 된 무기나 부엌칼이 전부인 이들이 중무장한 이들을 이길 방법은 없는 것이다. 특히 유럽을 일순간 정복하게 된 아랍의 힘은 바로 저 “기마부대”의 힘이었다. 당시 보병이 주축을 이루던 시기 기마부대의 활동성으로 승리의 폭이 넓어졌다. 그래서 삽시간에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중동 지역이 아랍의 국가 손에 넘어가게 된 700년대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다시 이제 그림의 중앙으로 돌아가자. 이미 죽어 말에 거꾸로 매달린 맘루크 인을 찌르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자. 그는 이미 눈에서 이성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보는 대사 “이성을 잃어버리면 광기가 드러난다.”라는 고야의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이미 찔러 죽였음에도 이성을 잃어버린 채 죽은 자를 향해 계속 칼을 찌르는 저 모습은 전쟁이 주는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가장 이성적인 사람도 충격에 쌓이게 되면 결국 그 이성이 마비되고 지극히 감성적인 동물과도 같은 반복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그림에 이어 옆에 있는 1808년 5월 3일은 스페인이 가장 상처를 입은 그림이다. 그리고 스페인 전국의 중요 장소를 가보면, 탑과 기념비 부조로 등장하는 핵심은 바로 5월 2일이다. 왜 그럴까? 군인은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도록 고도이의 명령이 내려졌고, 유일하게 시민들의 하나 된 마음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첫 저항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야가 원했던 계몽주의의 태동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