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드르의 르네상스 유화의 발견
3.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 Díptico de la Anunciación. 수태고지. 1433~1435]
얀 반 에이크는 형인 휴베르트 반 에이크와 함께 플랑드르 미술을 발전시킨 사람이다. 특히, 휴베르트 반 에이크는 아마 씨와 린드 씨에서 기름을 추출해서 달걀과 안료를 섞어 사용하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휴베르트의 유채기법의 발명으로 인해 얀 반 에이크는 더욱 세밀하고 부드러운 색채감을 낼 수 있게 되었고 안토넬로 메시나를 통해 플랑드르의 미술을 접하게 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아름다운 그림 모나리자의 신비의 미소인 스푸마토도 가능하게 되었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으로 우리에게 더욱 잘 알려진 얀 반 에이크는 피렌체 르네상스의 “그림을 시를 쓰듯 한다는 보티첼리의 비너스보다 50년이나 앞서” 그렸다. 이처럼, 활발한 활동을 통해 로베르트 캉팽과 함께 플랑드르의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특히, 얀 반 에이크의 주된 특징인 세밀화의 근간을 이루는 [수태고지]와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은혜의 샘]은 마치 조각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의 내부 뿐 아니라 외부 그리고 입고 있는 옷자락에 있는 실 한올 한올에도 정성을 들여 마치 송곳으로 그림을 그린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이렇게 세밀화로써 그림을 그리다 보니, 소실점에 의한 원근법 차원을 벗어나 스스로 자연스럽게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볼륨이 생기게 되었다.
형 휴베르트가 먼저 시작했던 제단화를 얀 반 에이크가 완성을 하며 주목을 받게 되었고, 얀 반 에이크는 배경을 넘어서 사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열망을 그림 속에 그대로 투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최고의 작품이 바로 “그리자유”[회색계통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회화 방식]기법 아래 “켄트 제단화”를 벗어나 [수태고지]로 정점을 이루었다.
초기에는 유리 화가들이 스테인드글라스에 색을 칠할 때 쓰는 회색 유리 물감을 그리자유라고 불렀고, 프랑스에서는 단색 바탕에 반투명 유화물감을 칠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리자유 회화 기법은 분말로 된 하얀 투명 에나멜을 물, 테라핀유, 라벤다유, 석유 등과 섞어 반죽을 한 뒤, 검정이나 파랑의 어두운 에나멜 바탕에 칠을 한다. 그림의 밝은 부분은 두껍게 칠하고, 회색 부분은 진한 배경색에 흰 에나멜 색소를 얇게 덧칠하여 표현을 한다. 이 기법으로 명암의 국적인 효과와 입체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에나멜을 사용한 그리자유는 16세기 프랑스의 리모주(LIMOGES)파가 발전시켰으며, 페니코 가문이 이 기법을 많이 사용해 왔다.
두 개의 패널로 제작이 되었는데, A4용지를 세로로 만든 사이즈이다. 그냥 보고 있으면 마치 조각상을 액자에 올려놓은 듯한 느낌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의 눈에 더 강렬한 이미지로 그림의 형태가 남게 하기 위해 천사와 성모의 발 아래를 보면 액자의 첫층에도 역시 그림을 그림으로 더욱 도드라지는 형태를 보이게 했다. 소식을 전하는 가브리엘 천사가 “세상의 구원자”를 낳을 것을 처녀에게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하늘의 뜻에 수긍을 하는 성모의 놀라움은 얼굴에 드리워진 의연함과 향후 일어날 일에 대한 굳건한 결의가 묻어난다. 수긍에 대한 반응으로 성모의 머리 위에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잉태를 하게 될 성모에게 성령의 능력이 임함을 비둘기를 통해 알리고 있으며, 성모는 이 모든 일들이 기록된 성경의 예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세밀화의 절대적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그림이다.
#얀반에이크 #플랑드르 #유화 #아마씨유 #수태고지 #세밀화 #성경이야기 #가브리엘 #성모마리아 #아르놀피니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