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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ro May 06. 2022

루카스 크라나흐의 그리스신화

그 섬세함과 주변 소품을 통해 전하는 이야기

13.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el Viejo. La ninfa de la fuente. 연못가의 님프. 1530~1534]

 

    북유럽 인본주의를 특징화시킨 작품 중에 유명한 작품이 바로 루카스 크라나흐의 그림이다. 뒤러와 동시대에 활동을 했던 크라나흐의 모습은 다작을 통해 많은 것을 알리려 했던 화가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뒤러와의 만남을 통해 일관적인 작품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 그림 속 님프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조르조네와 티치아노가 함께 그린 비너스의 누워 있는 누드화가 생각나는 그림이다. 누워있는 누드화의 표본은 조반니 벨리니 밑에서 공부했던 베네치아풍의 대표적 화가들인 조르조네가 그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조르조네가 20대 후반에 죽음으로 함께 호형호제하던 티치아노는 상심에 빠지게 되고 두번 다시 합작이라는 그림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루카스 크라나흐는 작품 초기 알브레히트 알트로르퍼와 볼프 후버 등과 “도나우파”를 형성하면서 독일의 산림 풍경을 신선하고 서정적으로 그렸다. 동시에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표현주의적 색채와 극적인 박력을 느낄 정도로 영향을 받았다.


    특히 크라나흐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여체 누드화 속에서 동일한 패턴이 변화가 없다. “아폴로와 비너스”에서도 다리를 꼬고 있는 모습, 오슬로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Das Goldene Zeitalter에서도 동일한 자세를 볼 수 있다.


    님프의 머리 위에 있는 라틴어는 “나, 봄의 님프는 쉬고 있으니 내 잠을 방해하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다. 머리에 팔로 받치고 누워있는 곳에는 입었던 듯한 벨벳의 옷 그리고 머리부터 흰색 베일이 온몸을 두르고 있다. 크라나흐가 아마도 우리의 시선이 어느 곳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라틴어 글자와 머리의 붉은색 벨벳 그리고 머리부터 늘어뜨린 투명의 베일이 림프의 몸 전체를 바라보게 하면서 누드화의 모습을 바러보게 한다. 누드화는 크라나흐의 중후기에 주로 나타나는 그림의 패턴이었다.


    님프의 발 밑에는 두 마리의 새가 있고, 자신이 둘렀던 활과 화살통은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활과 화살통을 나무에 걸쳐 놓은 채 한가로이 옆에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의 패턴 속에 분주한 도시와는 다른 여유와 쉼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사냥을 마친 후의 한가로움처럼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결과 속 쉼을 상징한다.


    크라나흐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전체적으로 꽉찬 느낌이 드는 그림으로 어느 한 곳에 집중됨이 없이 그림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흘러가듯 느껴진다. 마치 물이 흐름에 따르듯, 구름이 바람에 몸을 맡기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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