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iro May 07. 2022

햄스커크의 물레질하는 여인의 초상화

명암과 소품 속에 드러난 암시

15. 메어튼  햄스커크[Maerten van Heemskerck. Retrato de una dama hilando. 물레질하는 여인의 초상화. ANTES 1531]

 

    이탈리아 유학을 통해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의 화려함에 영향을 받았고 그림 속 다양한 정물화적 기법 등을 실현시켰다. 특히, 오른편의 어둔 벽면에 드리워진 문장은 이 여인이 누군가인지를 추측하게 한다. 왜냐하면, 당시 유럽은 가문의 문장을 지니고 있었던 시기이기에 이 여인이 일반 평범한 가정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왼편의 바구니와 담긴 물건들 그리고 제일 왼편의 불을 켜는 등은 단조롭지만, 가정의 채움이 가득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물레의 문양과 섬세함은 일하는 여인의 모습에 빛을 더해주지만, 일이라는 개념보다는 여인 자체의 모습이 더욱 도드라지는 세밀화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방의 구조상 작은 작업실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일까? 너무 답답하다는 느낌이 밀려오면서 여인의 모습이 더욱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특히, 여인의 의상은 조그마한 공간에 갇혀 있는 느낌보다는 자신의 일에 대한 묵묵함을 드러내 주고 있고, 화려하게 대비되는 색상과 얼굴을 향해 비쳐오는 강한 빛으로 인해 여인에게서는 어두움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벽과 여인이 서로 대조적으로 보이게 되고, 여인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플랑드르는 피렌체에서 올라온 르네상스의 다양한 흐름과 색채의 다양함 그리고 비례에 대한 모습이 결국 세밀화에 머물렀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다시 말해, 피렌체와 플랑드르 그리고 베네치아의 완벽한 통합을 꿈꾸었던 상황이다. 햄스커크는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그리고 다양한 베네치아의 화풍을 공부한 얀 반 스코어와 함께 일을 하면서 베네치아의 화려한 색채를 세밀화 속에 더 드러내려 노력을 했다.


    이 그림을 통해 햄스커크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어떠한 상황과 유혹 속에서도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완성해 나가는 정직함과 순결의 상징인 네덜란드 여성을 드러내고 싶었던 이미지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