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와 아기 예수의 삶
16. 요아킴 파티니르[Joachim Patinir. Paisaje con el descanso en la huida a Egipto. 이집트로 피난가는 중 휴식을 취하는 성모와 아기 예수. 1518~1524]
이 그림은 언뜻 보면, 클로드 로랭의 그림과 같은 느낌이 밀려온다. 같은 풍경화를 다루고 있고 다만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차이에 의해 푸른 대기 원근법과 서정적인 노을의 차이가 다를 뿐이다. 두 작품 다 목가적인 전원 풍경으로 이들이 헤롯을 피해 이집트로 도망을 가고 있다는 생각을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전혀 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파티니르는 사막의 환경 속에서 이집트로 피난을 가는 가족을 그려서 애절함과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보다는 푸르른 자연을 담았다. 특히, 네덜란드의 농장 분위기를 그려냄으로 이들의 여정은 불행의 원인이 아닌 장차 좋은 일을 위해 잠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르네상스 초기의 피렌체나 플랑드르를 보게 되면, 전체적인 구성이 인물 위주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파티니르는 전체를 차지하던 인물을 대폭 축소시켜 자연 속의 한 부분으로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주고자 했던 그림을 바라보며 느끼는 평안함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파티니르의 그림 속에서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의 영향이 상당히 강하다. 프라도 미술관에 가게 되면, 먼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방을 들렸다가 요아킴 파티니르의 방으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다. 스틱스 강을 건너는 카론의 경우는 하늘의 배경이 쾌락의 정원을 닮았고, 지금 보는 그림의 배경은 보스의 동방박사들의 경배의 배경과 닮았다. 이처럼 배경과 색채감의 영향력을 받은 파티니르는 자신이 펼치고자 하는 풍경화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표현해 나갔다.
솔직히 풍경에 관심을 기울이면 인물이 흐트러지게 된다. 하지만, 파티니르는 철처하게 계산된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바로 피라미드 기법이다. 성모의 자세는 이 피라미드 기법에 기인해서 주변 자연과 자신이 쉼을 얻고 있는 공간과의 구도와 배치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럼으로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흔들림이나 갸우뚱 거리는 느낌을 전혀 갖을 필요가 없다.
파티니르는 급하게 두려움으로 몰아세우지 않고,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이해하도록 유도를 하고 있다. 왼편은 넓은 강으로 된 험난한 곳 그리고 오른편은 가파란 절벽이다. 이제 저 두 곳 중 한 곳을 넘어서야 하지만 자연이 주는 그늘의 쉼을 얻고 있고 옆에 우물에서 물을 얻을 수 있고 어디선가 먹을 것을 구해 온 요셉의 모습이 울창한 나무 중간에 등장을 한다.
항상 파티니르는 급박함보다는 순리를 따라가는 듯 붓 터치를 통해 우리를 가르치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