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종교개혁의 의미들
18. 엘 그레코(도메티코스 테오토코 풀로스)[El Greco(Doménikos Theotokópoulos) Cristo abrazado a la cruz.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1587~1596]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는 3가지 유형으로 존재를 하고 있다. 티센 보르네미사 버전, 프라도 미술관 버전, 뉴욕 브루클린 버전이 존재를 하고 이 외에 복사본들이 있다. 이 그림은 예수의 십자가 열 두 단계의 비아돌로로사 길에서의 예수의 모습이다. 아직 구레네 시몬에게 십자가를 넘겨주지 않고 자신이 끌고 가는 모습인데, 붉은색 옷은 로마 군병들이 입힌 옷으로 홍포라 부르는데, 이것은 왕들의 옷으로 “유대인의 왕”을 비웃으며 입힌 옷이다. 그리고 머리에 있는 가시관 역시 왕관의 놀림으로 씌워 준 것이다.
엘 그레코의 그림은 “도상학적 해석”보다는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 과정 속에서 힘을 잃어갔던 가톨릭의 재건 운동인 “반종교개혁 운동”의 취지로 성화를 그려 나갔다. 그래서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되면, 쓰러진 가톨릭을 세워 일으키는 예수의 십자가 그림으로 해석이 되어지는 이유이다.
성경을 보면, “예수를 따를 자는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그림속에서 엘 그레코는 우리에게 “바라봐야 할 대상”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프라도 미술관이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 예술미술관의 자료와는 달리 배경이 없다. 다른 작품에서는 비잔틴 양식의 하늘에 있는 구름이 뒤 배경으로 등장을 하고 두 손으로 십자가를 바치고 있는 모습과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지극히 평온한 상태의 모습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림으로 그림을 그렸다. 물론, 베로네세도 주로 사용했던 손가락(3번과 4번이 붙어 있는 형태) 모양도 엘 그레코의 그림이다 라고 할 정도로 규범화 되고 있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티센 보르네미사의 작품은 얼굴에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듯한 입술의 모양과 왼 손의 방향을 가리키는 자세 그리고 고통 속에서 부르튼 입술의 피 등으로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원망 없이 왼편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이 자세는 결국 우리에게 “너희도 나와 같을 수 있겠느냐?”는 물음을 던지는 듯하다. 다시 말해, 말로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같이 가자는 표정의 저 모습을 바라보면서 묘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참고로 수많은 예수 그리스도의 눈이 화가들의 손길 속에서 그림 속에 등장을 하지만 지금까지 엘 그레코가 그린 예수의 눈만큼 우수에 젖어 있는 아름다운 눈은 없다고 평가를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황금선 기법과 붓 터치 한 땀의 힘을 알고 있던 저 눈동자의 모습이 벨라스케스의 작품들 속에서 완벽하게 살아나 움직이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