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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ro del MUSEO DEL PRADO May 20. 2022

파티니르와는 다른 로랭의 목가적 분위기

각자의 삶에 취해 움직이는 현실 속 예수의 모습

21. 클로드 로렝[Claudio de Lorena. Paisaje idílico con la huida a Egipto. 이집트로 피난 가는  목가적 풍경. 1663]

 

    요아킴 파티니르의 그림에서 같이 보았던 주제이다. 예수가 태어났지만, 헤롯이 예수를 죽이려하자 천사들이 요셉에게 지시를 해서 애굽으로 피신해서 머물게 한다. 상황이 긴박한 모습이고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도망친 것을 안 헤롯은 결국 2살 이하의 남자 아이를 다 죽이는 참극을 벌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금 바라보는 요셉과 성모와 아기 예수의 모습은 석양이 주는 따스함으로 목가적인 풍경을 더욱 안정감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저녁은 곧 가정이 집이라는 공간에서 머물며 함께 쉼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지금 이들의 상황은 그것이 아닌 떠돌이의 모습이다.


    하지만 힘든 여정이라기보다는 안내를 해주는 동행자가 있음으로 불안함의 요소는 없다. 천사가 길을 안내하고 있고 뒤에 요셉은 지친 모습보다는 당당함으로 그 길을 따라 걷고 있다. 그런데 천사가 지시하는 길은 어느 곳으로 가는 길일까? 왼편의 드넓은 강을 보면, 그 앞에 무너진 다리가 보이고 뒤에 자세히 보면 숲 속에 피라미드가 보인다. 애굽의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맨 아래 가운데 부분에 두 어부가 배를 타며 낯선 자들의 출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목동은 소들이 물을 먹는 모습을 한가로이 바라보고 있고 저멀리에도 소들이 한가로이 거니는 모습이 등장을 한다. 이렇게 그림을 이어간 목적은 과거의 흐름을 벗어나 자신이 표현하고 싶었던 자연주의의 기법을 마음껏 펼치고 싶었던 클로드 로렝의 내면이 보이는 그림이다.


    특히 클로드 로랭의 그림은 당시 이탈리아를 움직이던 카라바조의 스타일과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리얼리즘의 틀을 깨뜨렸다. 인위적인 빛의 흐름 등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자연의 빛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클로드 로랭의 그림에 등장하는 빛은 실제 오후 해질녘의 모습으로 일몰 직전의 은은함으로 인해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의 안도감이 주는 포근함을 그려낸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채용한 화가이다. 그래서일까? 클로드 로랭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등장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떠오르고 머물고 지는 해가 주인공처럼 느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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