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누가 봐도 그 의미가 깨달아져야 그림이 된다
22.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án. Santa Casilda. 성녀 카실다. 1630~1635]
수르바란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당시 종교적으로 뿌리를 형성해서 축일로 지켜오던 수많은 성인들의 삶을 그림으로 옮겼다. 아구에다 성녀, 아폴로니아 성녀, 바바라 성녀, 카타리나 성녀, 도로테아 성녀, 유페미아 성녀 등 많은 순교자들의 삶을 화폭에 담아 당대와 후대들에게 기억을 하도록 해 주었다.
카실다는 1050년 톨레도를 정복하고 있던 무슬림 제국의 딸이었다. 1085년이 되어야 톨레도는 비로소 레콩키스타의 일환으로 재탈환에 성공을 한다. 아직 재탈환하기 전의 톨레도는 철저한 무슬림의 중심지로 세비야, 코르도바와 함께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곳이다.
카실다는 아랍어로 “시” 또는 “노래”를 상징하며, “기쁨으로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르르 지니고 있다. 아버지는 무슬림의 술탄이었지만, 어머니가 기독교인이었다. 이렇게 기독교를 접한 카실다는 아버지에 의해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기독교인들에게 몰래 음식을 나눠주었다. 그런데 그 감옥 수감자들 대부분이 종교지도자들이었고 카실다는 음식을 나눠주면서 그들에게 가르침을 듣기를 원했다. 그렇게 기독교인으로 변해가던 카실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아버지가 불시에 감옥에 온 것이었다. 아버지는 카실다의 옷 속에 감추인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카실다는 “장미입니다.”라고 답을 했는데, 정말로 음식들이 장미로 변해 있었다.
이후 카실다는 건강이 안 좋아져 여행을 하던 중 카스티야의 왕 페르난도 1세에게 카스티야 지역을 통과할 것을 허락받고 가던 중 만난 한 우물에서 몸을 씻고 아픈 것이 고쳐지는 기적을 체험한다. 그래서 카실다는 즉시 세례를 받고 기독교 신자가 된다. 이후 카실다는 많은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돌보는 일을 한다.
그래서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화려한 공주 의상이 당시 무슬림 제국 술탄의 딸을 상징하듯 화려하다. 그런데 두 손으로 든 앞치마에 장미가 드리워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음식이 장미꽃으로 변한 카실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장면이다.
사실 이 기적의 장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후안 노갈레스가 그린 카실다 성녀의 기적을 보면 하나가 아닌 여러 개로 등장하는 장미로 인한 기적의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이 되어진다. 지금 보고 있는 이 그림 속에서는 숨은그림찾기 하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