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들 특징
"엄마, 우리 반 민우 완전 인싸거든? 근데 ADHD래! 병원 가야 된다길래 장난으로 'ㅋㅋ 정신과 가냐?' 그랬더니 진짜로, '어! ADHD 약 타러. 혹시 너도?'라는 거야. 그래서 '응! 나도 ADHD야!'라고 했더니 "반갑다 친구야!"라면서 악수하자길래 악수하고 어깨 툭 치고 헤어졌어!"
티라노씨가 중학교 1학년, ADHD 약을 먹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반 남자아이들 중 민우가 가장 인기가 많다며 자주 언급했던 아이였습니다. 이런 아이가 본인처럼 ADHD인 게 신기했나 봅니다. 하교하자마자 와서 귀엽게 쫑알거립니다. "아이고, 티라노야. 그런 걸 굳이 뭐 하러 떠들고 다녀!"라고는 했지만 미소가 번집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해맑고 사랑스러운지. 이게 다 투명한 전두엽 때문일 줄은 당시엔 미처 몰랐습니다.
ADHD라고 해서 전부 다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ADHD의 단점을 커버할 만큼의 충분한 매력이 있다면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ADHD 아이들 상당수는 의도치 않게 주변에 피해를 주거나, 눈치가 없어 교우관계가 힘듭니다. 소외되지 않고 무난한 관계라도 맺으려면 비결 전수가 필요합니다.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우선, 배려심이 있고 눈치도 빨라 분위기 파악과 대처가 빠른 아이입니다. 대화 도중 상대가 곤란해하거나 당황스러워하면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립니다. "민정이가 곤란해하잖아. 우리 딴 얘기 하자."라며 당황한 친구 입장을 대변해 주며 상황을 모면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급식을 먹은 후 얼굴에 음식물이 묻어 있으면 놀리거나 망신 주지 않고, 몰래 알려줍니다. 배려와 친절을 적절한 시기에 발휘하니 호감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아이도 친구들이 좋아합니다. 남의 이야기를 기본적으로 경청할 줄 압니다. 중간에 말을 끊거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근데 난 말이야" 또는 "난 이랬는데"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혹시 친구가 잠깐 다음 할 말을 떠올리는 중일까 봐, 친구 말이 끝나도 1~2초 더 기다려줍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오~ 오늘 간식은 네가 사!"라며 함께 기뻐해주고 자랑할 기회도 줍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와 속상했겠다. 너무한다."며 함께 슬퍼해줄 줄 압니다.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늘어놓지도 않습니다. "주말엔 뭐 했어?"라며 상대에게 열린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낼 줄도 압니다. 질문을 받은 아이는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니 상대에게 호감이 상승합니다.
밝고 긍정적이어서 주변 분위기를 편안하고 좋게 만들어주는 아이도 해당합니다. "나 보컬 레슨 받고 있어"라는 아이에게 "네가? 공부나 해 ㅋㅋ"라며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 장난 아니다! 요샌 어떤 곡 배우는데?"라고 말해줍니다. 속상하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씩씩하게 해결하려 합니다. 친구에게도 "괜찮을 거야"라며 긍정의 믿음을 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부정적인 말이나 자기 비하로 옆의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거나, 무슨 말로 위로해주어야 하나 곤란함을 느끼게 하지도 않습니다. 함께 있을 때마다 머리를 많이 쓰게 하지 않으니 피로감이 적습니다. 그러니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 자꾸 옆에 있고 싶어 집니다.
이와 비슷하게, 재치와 유머를 적절한 때에 맞춰 발휘해 주위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주는 아이도 인기가 좋습니다. 소리 내어 크게 웃으면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 세로토닌, 에피네프린과 같은 행복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뇌와 혈액으로 한번 분비된 호르몬은 쉽게 회수되기 어렵습니다. 투명한 물에 퍼진 잉크를 주워 담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깔깔 웃어 분비된 행복 호르몬들은 우리 몸을 긴 시간 돌아다니니 오랜 시간 동안 기분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부정적이고 냉소적 태도를 취하는 아이보다 긍정적이고 유쾌한 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호르몬 영향이기도 합니다.
겸손함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아이 역시 좋게 비추어집니다. 키가 크고 잘생겼거나, 예쁘고 귀여운 외모를 지닌 아이들은 첫인상부터 호감으로 비추어져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물론 그 이후 잘난 체 하는 등의 행동으로 비호감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외모는 평범해도 운동이나 공부, 외국어나 취미생활 중 눈에 띄게 잘하는 게 있어 당당한 태도를 지닌 경우도 많습니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이 충족되면 정말 인기 있는 아이가 됩니다.
늘 거짓 없이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도 꾸준한 인기가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도 자주 합니다. '날 속이지 않고 꿍꿍이가 없는 친구'라고 느껴지는 아이가 자주 미안함과 고마움까지 잘 표현하면 상대의 신뢰는 더 단단해집니다. 혹여 친구랑 다퉜더라도 일이 금방 해결됩니다. 잘못을 진솔한 태도로 인정하고 사과하면 진심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땐 내가 미안했어. 수오 말만 듣고 널 오해한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라는 사과를 듣는다면 웬만한 일에서는 화가 풀립니다.
이 아이들은 왜 주변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줄까요? 높은 자존감이 비결입니다. 자존감이 높아 '난 할 수 있는 사람', '난 공부 못해도 소중한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난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부정적, 냉소적 태도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본인의 객관적인 외모에 비해 스스로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친구가 외모를 놀리면, 난 그 정도 아니거든?'이라고 당당히 맞섭니다. 오히려 자신감 있게 행동해 외모에 대한 평가가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지기까지 합니다. 모든 호불호의 비결은 자존감에서 시작합니다.
그럼 민우가 ADHD인데도 반에서 인기가 가장 좋았던 비결은 뭐였을까요? 민우는 반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데다 ADHD였습니다. 그러나 키가 크고 잘생긴 외모를 지닌 데다 영국식 영어를 잘해 인기가 좋았습니다. ADHD 스러운 유쾌한 농담과 재치로 주변 아이들을 웃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의도치 않게 친구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산만한 태도로 지적을 받아도 그뿐이었습니다. 단점을 커버하는 더 큰 장점이 있었으니까요.
혹시 우리 아이는 잘하는 것도 없고, 외모도 평범해서 글렀다고 생각하시나요? 가능성을 찾아보세요. 능통한 외국어 실력이나 뛰어난 외모 말고 바꿀 수 있는 게 분명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타고난 성향과 환경 모두를 바꾸긴 어렵습니다. 커다란 항아리 물은 한 번에 채워지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 방울씩만 떨어져도 언젠가 다 채워집니다. 양이 적더라도 깨끗한 물을 채우세요. 빨리 채우고 싶어 흙탕물로 채우지 마세요. 한번 탁해진 물은 이물질이 가라앉길 기다려도, 윗물은 완전히 맑아지기 어려우니까요. 자녀에게 양보단 질을 선물해 주세요.
<사춘기, 학교에서 살아남기 1> 브런치북은 매주 목요일, 기존의 <ADHD 교사 자녀, 학군지에 던져지다> 브런치북은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다음주 목요일에는 학교에서 무시받지 않기 위한 방안에 대한 글이 이어집니다.
제 글이 위로와 공감이 되고 나아가 희망이 되길 소망하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