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없는 중학생 고민상담> 1편
오늘은 친구 무리에서 소외되어 고민이신 부모님 사연이며, 본문에 사용한 이름은 모두 가명임을 밝힙니다.
안녕하세요.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엄마입니다. 딸아이 걱정을 하다가 그림크림쌤 블로그를 발견하여 이메일 드립니다.
제 딸은 작년 같은 반이었던 친구 윤지와 올해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윤지는 평판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아는 친구라 어쩔 수 없이 어울렸고, 다행히 윤지를 포함해 여러 명 무리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윤지가 무리 중 한 명인 민정이와의 갈등이 생겼고, 제 딸이 윤지와 어울렸다는 이유로 안 좋은 시선을 덩달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 딸은 윤지와도 멀어지고, 그 무리에도 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무리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과는 전혀 친해질 시도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며, 혼자 있기를 선택해 모든 걸 혼자 하고 있습니다. 잘 버티고 있지만 체육 시간이나 모둠을 지어서 해야 하는 시간에 힘들어합니다. 반 친구들이 자기를 다 안 좋아하는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장 체험학습에도 혼자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가기 싫다고 해서 결국 가지 않았습니다.
딸은 내성적이고 부끄럼이 많아 혼자 있는 게 편한 성격입니다.
성적도 이번 중간고사에서 떨어졌고, 휴대폰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이며 이전보다 밥도 적게 먹습니다.
본인이 제일 힘들 텐데 최대한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가 학교에 안 가고 싶다고 하면 저도 쉬라고는 하는데 결석과 조퇴가 잦아질까 봐 걱정입니다. 본인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약하지 않다고 저를 안심시키는 말을 해주긴 하는데 아닌 걸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서 저도 너무 답답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메일 드립니다
딸아이한테 이야기는 안 해봤는데 심리상담도 받아야 하나 생각 중이긴 합니다.
어떤 말로 위로해 주면 좋은지 해결방법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읽는데 그 누구보다도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져 내리는지 잘 알기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렇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의 말입니다.
"엄마 나 생각보다 안 힘들어.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 마!"
아이 내면이 참 단단한 것 같습니다. 단단한 내면은 부모-자녀와의 관계가 어떤지도 알려줍니다. 부모님께 신뢰와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고, 사춘기 시기에도 관계가 원만해야 집 밖에서 힘든 일이 생겨도 버티는 힘을 내게 해주거든요.
문제는 이를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입니다. 아이는 체험학습이나 모임을 짜야할 때만 아니면 버틸 수 있는데, 지켜보는 부모님께서 불안감을 자녀에게 내비치고 계신 것 말입니다. 제가 블로그에서 늘 마무리 멘트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의 불안을 자녀에게 들키지 마세요
아마 브런치스토리에서 제 글을 많이 읽어보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무슨 소리야. 그림크림쌤이 제일 불안해하던데!'라고요... 전부 제 이야기입니다. 제가 불안이 참 높은 사람입니다. 모르고 노출해 보니 이게 가장 안 좋습니다. '혼자여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하고 힘을 내보려는 아이는 엄마가 불안해하면 위안이 의심으로 바뀝니다.
'어? 엄마가 나 때문에 힘들어하네? 혼자이면 안 되는 건가?'
라고 말입니다. 긍정의 회로가 돌아가던 아이 머릿속엔 엄마의 불안으로 인해 부정의 회로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혹시 <폭삭 속았수다> 드라마를 보셨나요? 아직 안 보셨다면 아이 때문에 불안하고 힘들 때마다 이 드라마를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드라마가 슬퍼서 우는 거지, 아이 때문에 우는 게 아니니까요. 딸이 "엄마 울어?"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으니까요. "응. 아이유가 연기를 참 잘하네. 같이 볼래?"라고요.
원래 학교에서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기본적인 학교 생활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우울하니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책을 펴놓아도 집중이 될 리가 없습니다.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킵니다.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식욕저하로 이어지고요.
휴대폰 집착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그럴 리가 없으니, 친구들 SNS를 들락거리며 친구들 반응을 계속 살핍니다. 이럴 때 "휴대폰 좀 그만 봐!" 잔소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아니어도 아이는 충분히 벼랑 끝에 서있으니까요. (잔소리 안 하실 것 같지만 혹시 몰라 말씀드립니다.)
안타까운 점은 나쁜 친구와 어울려 이용당한 점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삼아 아이에게 시간이 좀 흘러 상처가 아물고 나면 꼭 말해주세요.
"모든 아이들이 너처럼 다 착한 마음씨를 가진 건 아니야. 이 세상에는 의외로 나쁜 마음씨를 먹고 상대방을 이용하거나 배신하는 사람도 종종 있거든. 관상은 과학이래. 첫인상이 나쁘고 기가 세 보이거나, 평판이 좋지 않은 친구는 없느니 보다 못해. 너도 이번 기회를 통해 인생공부를 하게 된 거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거야."라고요.
그리고 이 내용을 꼭 전해주세요.
첫째, 모두가 날 좋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를 좋아하는 친구는 어딘가엔 꼭 있다.
"너도 너네 반 친구 전부를 좋아하지 않듯이, 반 친구 모두가 널 좋아하는 건 아니야. 10명 중 3명은 날 싫어하고, 4명은 내게 관심이 없고, 나머지 3명만 날 좋아하는 거래. 널 싫어하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말고, 널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중해 보자!"
라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실제 딸아이에게 물어보세요. 널 좋아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한 명씩 떠올려보라고요.
엄마, 아빠, 선생님, 친구들...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되면 자신감이 올라갑니다.
둘째, 인지왜곡이 일어나 실제로 날 싫어하는 사람 수보다 더 많다고 느끼고 있다.
친구관계에 부정적 경험이 쌓이면 뇌에 부정적 신경망이 강화되어 인지왜곡이 일어납니다. 즉, 사실은 날 싫어하는 사람은 3명뿐인데, 내게 관심 없는 4명을 포함한 7명이 전부 날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원리입니다.
셋째,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은 금세 잊힌다.
넷째, 뒷소문에 일일이 반응하여 해명하고 다니면 "정말인가 봐"라며 이상한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쿨한 태도로 대응하면서 이렇게 말하라고 해주세요. "헐. 아직도 그걸 믿는 애가 있어?", "넌 아무 거나 들리는 대로 다 믿는구나?"라고요.
다섯째, 기회가 되면 자신의 뒷소문을 뒤덮을만한 괜찮은 나에 대한 얘기를 믿을만하거나 친해질 가능성이 있는 친구에게 퍼뜨려보세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해주세요.
"혼자여도 괜찮아. 너와 맞는 친구가 어딘가엔 꼭 있을 거야! 그게 이번 달일 수도 있지만, 다음 달 일수도 있어. 2학기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만 어딘가엔 꼭 있을 거야. 교실이 아니라면, 옆반, 학원 어딘가엔 있을 거야! 그때까지 엄마와 함께 잘 버텨보자! 정 힘든 날은 억지로 버티지 않아도 돼, 결석해도 좋아."라고요.
그리고 담임선생님께 이 사실을 전화나 대면 상담으로 말씀드려 도움을 구해보세요.
친해질 만한 친구와 자리를 가까이해주실 수도 있고, 사이가 나빠진 친구와 떨어뜨려주실 수 있는지 말입니다.
친구관계는 학년초에 다 끝난다는 생각도 버려보세요. 중간에 뒤바뀌고 새로 친해지는 경우를 참 많이 보았거든요.
자녀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엄마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따님은 버티는 힘을 얻고 있는 중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마세요.
전두엽 가지치기를 하며 불안정한 사춘기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힘의 원천은 바로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나 잘하고 있구나."
"지금 만큼만 하자."
"나의 불안을 딸에게 들키지만 말자."
이렇게 어머님 스스로를 끌어안으며 세 번씩 외쳐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춘기, 학교에서 살아남기 1>는 출간계약한 출판사 요청으로 기존에 연재하던 내용을 바꾸어 연재하게 되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실제 상담 사례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제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운영하던 <중학생 교우관계 고민상담소>를 가져와 <사춘기, 학교에서 살아남기 1> 브런치북에 매주 목요일 이어서 연재합니다.
친구 없는 중학생 고민상담은 이메일(funnyhow80@naver.com)로 받습니다.
이메일을 주시면 사연을 각색하고 익명처리하여 포스팅과 브런치스토리 상담에 활용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께도 귀감이 되고자 합니다. 상담 내용 공개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혹시 이 부분은 꼭 빼주세요. 요청하시면 그 부분은 지우고 상담해 드립니다.
지금까지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