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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겉도는 아이, 중학교 와서 급식을 안 먹었대요

<중학생 교우관계 고민 상담> 3편

by 그림크림쌤

오늘은 해마다 친한 그룹을 이루지 못해 고민인 중학교 신입생 부모님 사연입니다.

이메일로 받은 고민 사연을 부드럽게 각색해 익명처리 했음을 밝힙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중학생이 된 아이 엄마입니다.

어릴 때부터 제가 걱정이 많은 편이라 아이에 대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유치원 때는 행사 사회도 맡으며 주도적으로 행동했던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부끄러워하고 앞에 나가서 발표할 때 긴장도 하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학기 초반에는 주위에 친구들도 몰리고 잘 어울리며 지냈는데, 몇 달 정도 지나면 같이 어울리긴 하지만 관계가 돈독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끔 조별 인원을 뽑을 때 소외되기도 했으니까요.


아이가 생일이 늦어 눈치가 없는 걸까요, 외동이라 타인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면이 있는 걸까요?

담임 선생님도 아이가 상황에 맞지 않은 말을 하면 아이들 앞에서 핀잔을 주거나 야단을 쳐서 반아이들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켜보는 제가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안쓰러워 친구 관계에 개입도 하고 그랬습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눈치가 조금 생겼나 봅니다. 원하는 그룹보다는 본인한테 맞는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려고 했지먼, 이미 멤버가 정해져 있는데 다가가니 겉도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5.6학년때는 반장도 하며 큰 문제없이 학교를 잘 다녔습니다.


중학생이 되고, 처음엔 학교가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친해진 활발한 그룹에 머물지 않고, 양쪽 그룹을 오가며 놀았습니다. 활발한 그룹에서는 너무 지치고 조용한 그룹 아이들은 재미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막상 친한 친구 그룹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잘 다니는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급식을 안 먹었다고 합니다. 수업이 늦게 끝나 줄 서기 귀찮아서 안 먹고, 평소에 점심 안 먹는 친구랑 있었다고 말합니다. 친구들과 타이밍이 안 맞아서 안 먹은 거냐고 걱정되어 물어보니, 아니라고 짜증 내며 그만 말하라고 합니다. 왠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서 제가 더 걱정하는 것 같습니다.


중학생 남자아이의 교우관계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집에서 가끔 짜증이 늘었지만 심성이 착하고 가족과의 관계도 좋습니다.

친구들과 있을 때 눈치 없는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함부로 하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얘기도 해주고 또 본인도 그렇게 안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도 왜 친구관계 문제가 반복되는 걸까요?

매년 이런 일이 생기는 것 보면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정확이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이도 뭔가를 느꼈으면 본인도 노력을 할 텐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잘 얘기하기만 할 뿐 제가 조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조언을 어떻게 해주고 마음을 알아주면 좋을까요?




어머님과 아이 상황과 성격이 마치 저와 티라노 씨를 보는 것 같아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말씀해 주신 내용을 단서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어머님 말씀 중 눈에 띄는 부분


1. 어머님이 아이 어릴 때부터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는 점은 둘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첫째, 어머님 자체가 예민한 기질이셔서 불안이 높아 같은 상황을 두고도 원래 남보다 더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아이가 또래보다 발달이 조금 늦은, 느린 아이인데 생일까지 늦어 어릴 때부터 걱정이 자꾸만 되는 아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유치원 때는 적극적이던 아이가 초등학교 가서 점차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하신 부분

일반적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비해 초등학교의 한 반 인원수가 더 많고, 선생님도 더 엄격하신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예민하고 여린 기질을 지녔다면 낯선 초등학교 상황에 적응이 느려 위축되어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아이가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이 다 있는 곳에서 야단이나 핀잔을 주셨다, 그로 인해 아이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서 소외된 게 아닐까 우려하시는 부분

솔직히 현직 교사로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오해하지 않고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상황에 안 맞는 부적절한 말이나 행동이 아마 한두 번이 아니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어쩌다 한번 그러는 걸로 선생님들은 웬만해서는 그 정도로 야단치지 않습니다. 여러 번 부드럽게 말해주었는데도 같은 행동이 반복되니 선생님도 점점 강하게 훈육하신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이면 아이 말만 듣고 판단하시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자기중심적 태도와 사고가 강한 구체적 조작기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 아이가 받아들이고 이해한 대로 엄마에게 전달하는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일부러 본인에게 유리하게 말한 거라고 말씀드리는 게 절대 아닙니다. 아직 남의 입장까지 배려하지 못하는 사고단계에 머물러 있는 나이라 그렇습니다. 그 시기의 모든 아이들은 다 본인 입장에서 진술해, 의도치 않게 상황이 왜곡되곤 합니다. 유독 초등교사들이 중등교사에 비해 자살이 많고 스트레스가 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선생님께 반복적으로 야단맞을 정도였다면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도 크고 작은 불만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ㅠㅠ (아이 탓이라는 말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 아이도 ADHD약을 먹기 전에 이런 상황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과도하게 아이를 혼내고 잡으신 거라면, 어려도 아이들도 이걸 다 압니다.

만약 그랬다면 "선생님 너한테 왜 그래? 정말 너무하신 것 같아"라고 한 명이라도 말을 했을 겁니다.


아이가 선생님께 자주 혼이 난다면 분명 아이에게 원인이 있으니, 찾아내어 고치도록 도와주는 게 아이를 위해서도 좋습니다.


4. 외동이라서 이기적이고 배려심이 없는 걸까 생각하시는 부분

학교에서 보아도 외동 여부와 배려심은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도리어 갑자기 동생이 생겨서 이기적으로 변하거나, 외동이어서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라서 다른 아이들에게도 흔쾌히 양보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사랑은 받아본 사람이 줄 줄도 아는 법이니 말입니다.


형제자매가 있다고 해서 전부 배려하며 크거나, 반대로 이기적으로 크는 게 아닙니다. 어떤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어떻게 키웠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5. 어머님께서 친구관계에 개입했다.

어떤 상황에서 개입한 건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왕따나 학교폭력을 당했다면 보호자가 개입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아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다툼이나 미묘한 갈등에 개입하신 거라면 다음엔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면서 지켜봐 주시는 게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드립니다.



어머님 말씀을 분석해 보면 '이런 아이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1. 초등학교 5, 6학년 때에는 반장도 했다.

지능에 문제가 없어 똑똑하고, 리더십이 있어 발표를 잘하는 아이이거나 착하고 배려심이 있어 두루두루 호감이 가는 아이인가 보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미묘한 상황이나 사회적 맥락 파악이 또래에 비해 다소 늦는 아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치 진짜 없다'는 말을 대놓고 듣는 아이들은 심각한 경우입니다. 대부분은 끼고 빠질 타이밍이나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경우는 아주 사소하고 미묘해 겉으로는 티가 잘 안 납니다. 자녀분이 이런 경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교 때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한 그룹에 정착하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모든 게 다 맘에 들 수는 없습니다. 장점이 있기에 그 친구 단점이 보여도 참고 친하게 지내는 거거든요. 그래야 혼자가 안되니, 요새 아이들은 좀 안 맞아도 참고 버티곤 합니다. 자녀분은 이를 참지 못했거나, 참기 어려운 정도로 아이와는 맞지 않아 왔다 갔다 했나 보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지 못하니, 두 그룹 모두에게서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요새는 한 반 인원수가 적고, 남녀 혼성이라 나와 결이 맞는 아이를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 잘못이 아닙니다. 시대와 상황이 무난하고 평범한 아이를 자꾸만 요구합니다.


3. 오늘 급식을 안 먹었다고 해서, 왜 안 먹었냐고 물어보니 짜증을 냈다.

중고등학교는 급식실에 줄을 길게 서서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귀찮음과 번거로움이 식욕을 이기는 아이들은 때론 정말로 귀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급식을 안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따라 급식메뉴가 맘에 안 드는데 4교시가 늦게 끝났다면 더 가기 싫어집니다. 정말로 귀찮아서 어쩌다 안 간 건데 엄마가 걱정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꼬치꼬치 캐물어 짜증이 난 걸 수도 있습니다.


어쩌다 한두 번은 괜찮습니다. 매일 먹으러 안 가더라도 정말로 식욕이 없거나 귀찮음이 심해서 안 가는 아이라면 괜찮습니다. 너무 캐묻지 말고 차분히 관찰하며 지켜보시면 어떨까요?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반장까지 했을 정도로 똘똘하고 착한 아이입니다. 단지 생일까지 늦으니 미묘한 분위기 파악이 동학년 아이들보다 조금 느린 아이일 뿐입니다. 게다가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 교우관계 부분에서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 기특한 아이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 말고, 친해질 수 있는 친구에게 접근하자는 것도 스스로 파악하고 노력하니 말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 아이에게 관심이 많으시고 꾸준히 분석하며 노력하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말로 자녀와 관계를 위해 애쓴, 좋은 부모님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학교 입학 후 이제 3달이 되어 갑니다. 긴장을 많이 해 스트레스가 클 아이가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어머님께서도 긴장을 조금은 놓고 편안하게 대해주시면 어떨까요? 마음은 아프지만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것도 아이가 해내야 할 몫이니까요.


부정적 감정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자녀 역시 불안과 긴장에 휩싸일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관계가 좋으니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모의 불안과 긴장을 자녀에게 들키지 마세요


오늘도 이 말로 마무리합니다.




중학생 고민상담은 이메일(funnyhow80@naver.com) 받습니다.

이메일을 주시면 사연을 각색하고 익명처리하여 포스팅과 브런치스토리 상담에 활용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께도 귀감이 되고자 합니다. 상담 내용 공개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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