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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느린 아이, SNS로 언어폭력을 당했어요.

<중학생 교우관계 고민상담> 4편

by 그림크림쌤

오늘은 SNS저격이라는 사이버 학교폭력을 당한 중학교 여학생 고민사연입니다. 내용은 부드럽게 각색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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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중학생 딸아이 고민으로 문의드립니다.

아이는 딸이라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키도 크고 예쁘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카톡 단톡방에 '못생겼다, 뚱뚱하다, 더럽다'는 저희 아이 저격글을 주도자 한 명이 계속도배하듯 올리고 있습니다. 아이와 친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라 충격이 더 큽니다. 저희 아이 등짝을 때리기도 하고, 언어폭력까지 당한 걸 엊그제 알게 되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선 병가로 쉬고 계신 상황인데도 단호하게 대처해 주시고, 어제도 저희 아이 일을 해결해 주려고 병가 중에 나와서 가해 아이들 부모님에게도 상황을 연락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부당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표정과 말투를 단호하게 하며 이야기해야 한다고 알려줘도 그게 안된다고 합니다. 아이가 내성적이고 소심한데, 정작 필요한 상황에서 말이 안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피치나 청소년 상담을 받아봐야 하는지, 주짓수라도 시켜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마음이 여린 데다 새 학기에 불안감이 높은 아이인데, 사춘기라 저러나 보다고 단순히 생각했던 게 많이 속상하고 미안합니다.


뭐든 빠릿빠릿하지 않고 느린 아이라 늘 염려가 됩니다. 아이가 기억지속도 짧은 데다가, 한번 틀린 생각이 나면 회로가 끊어지는지 수학을 전부 틀립니다. 풀배터리와 웩슬러 지능검사를 받아볼걸 그랬다, 좀 더 빨리 살펴볼걸 그랬다. 여러 가지 후회가 많이 됩니다.




SNS 저격을 하는 학생들 심리는 이래 보입니다.

키가 크고 예쁜데 성격도 똑 부러지고 대처가 빠릿빠릿한 아이라면 주위 아이들이 만만하게 대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아이가 가진 객관적인 뛰어난 외모 조건에 비해 아이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반응이 느리고 여리다는 데 있습니다. 객관적인 외모 조건 때문에 주위에선 부러움을 삽니다. 그냥 부러워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비교심리가 강한 아이들은 시기질투로 이어집니다.


시기질투는 쉽게 넘볼 수 없는 사람에게는 생기지 않습니다. 김연아 선수를 아무도 시기질투하지 않고, 모두가 '대단하다'며 존경하는 것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죄송하지만 느리니 만만해 보이는데, 외모는 너무 예쁘니 질투심이 생겨 괴롭히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누구나 시기질투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괴롭히는 방향으로 표출하는 건 낮은 수준의 방어기제를 가진, 성숙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그 아이들은 '성숙하지 못한 유형의 여왕벌'에 해당합니다.



어머님께서 대처를 잘해주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 말씀드려 도움을 구한 것 말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 병가 중이시라면, 병가 중인 담임선생님보다는 임시 담임선생님이나 학년 부장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파서 쉬어야 해서 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SNS를 통한 괴롭힘이나 언어폭력도 엄연한 학교폭력에 해당합니다. 그런 나쁜 마음씨를 가진 아이들은 괴롭혀도 가만히 있으면 약자라고 여겨 더 괴롭힙니다. '만만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대처가 강하네?'라는 느낌을 주어야 다시는 건드리지 않습니다.



타고난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아이가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불안감이 높고 마음이 여리다'라고 하셨습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은 노력해도 하루아침에 쉽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마음이 여려 불안감이 높은 것도 타고난 성향이 예민한 기질이라 그런 것입니다.


다행인 건 어머님께서 아이에 대한 파악과 이해가 높다는 겁니다. 아이에 대한 파악을 정확히 하고 있어, 이를 아이 본인에게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기 이해지능'이 높아집니다. 어머님이 파악하신 아이 성향을 아이에게 정확히 알려주세요. 내성적이며 소심한 데다 마음이 여린 아이들은 낯선 상황에 부딪히면 탐색이 보다 길어 남들이 보기엔 적응이 느린 것처럼 비칩니다. 신중한 성격 때문에 느린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이에게 알려주세요.

시기질투로 의도적으로 괴롭히거나, 착하고 순한 아이를 악의를 갖고 이용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따돌리기도 하고요.

관상은 과학입니다.


기가 쎄 보이거나 첫인상이 좋지 않은 아이, 험담이나 뒷담화를 즐겨하거나, 소문이 좋지 않은 아이는 적당히 거리를 둘 것을 알려주세요.


엄마와 관계가 좋아 고민을 늦지 않게 털어놓아 다행입니다. 엄마를 믿고 힘든 일을 말해줘서 고맙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엄마의 보살핌과 지도로 올바른 대처를 하게 되는 강한 아이로 성장할 것입니다.



염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빠르지 않고 반응이 느리다, 기억 지속이 짧다, 수학 문제 실수가 많다'는 부분입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주의력에 문제가 있는 ADHD 아이도 가지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런 문제만으로 ADHD라고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ADHD 진단을 받지 않더라도 ADHD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매우 많고요.


ADHD인 사람은 100, ADHD가 전혀 아닌 사람을 0이라고 보았을 때를 가정하겠습니다. 몇 점까지를 ADHD로 진단을 내려야 하고, ADHD가 아닌 사람은 몇 점까지 일까요? 무 자르듯 단순히 자를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제 주위에만 봐도, ADHD는 아니지만 몇 가지 ADHD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그렇지만 혹시 고민이 되신다면 '1급 임상심리사'가 있는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주의력 검사와 풀배터리 검사를 받아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ADHD가 아니라면 안심이 되고, 아이의 정확한 강점과 약점과 심리 상태 분석이 되어 자녀 양육이 큰 도움이 됩니다. ADHD라면 약물치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아이 발달을 도울 수 있고요. 밑져야 본전입니다. 풀배터리 검사받아봐서 나쁠 건 없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전 40이 넘어서야 풀배터리를 받았는걸요.


일이 잘 해결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분석력이 뛰어나고 대처가 빠른 어머님이 계시니 아이는 잘 해낼 겁니다.




중학생 고민상담은 이메일(funnyhow80@naver.com) 받습니다.

이메일을 주시면 사연을 각색하고 익명처리하여 포스팅과 브런치스토리 상담에 활용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께도 귀감이 되고자 합니다. 상담 내용 공개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그림크림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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