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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 모둠활동마다 따돌림당해요.

<중학생 교우관계 고민상담> 5편

by 그림크림쌤

이메일로 온 중학생 교우관계 고민사연입니다.

구체적인 숫자나 상황은 익명보장을 위해 부드럽게 각색했음을 밝힙니다.





안녕하세요 중학생 딸 문제로 이메일 드립니다.

초등학교와 떨어진 곳으로 이사한 후, 낯선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학교가 작아 전 학년이 다 친하게 지냈습니다.

절친까지는 아니어도 가끔 친구를 만나 놀기도 했고요.


쉬는 시간에도 혼자 책 읽는 시간이 많다고 하길래 혹시 절친이 있었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면 늘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절친이 없는 게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아이가 괜찮다고 해서 친구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고요.


아는 아이 한 명 없는 곳에서 중학교 생활을 시작한 게 어려운가 봅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하다가 모둠활동을 시작하니 문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여학생이 총 O명뿐이라, 4명씩 짝지어 모둠활동을 하면 매번 혼자 남겨졌거든요.

모둠활동할 때마다 같은 상황이 벌어지니 학교 가는 걸 싫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친구들한테 무슨 말을 듣고 왔는지 속상해서 울기만 하며 혼자 있고 싶다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합니다.

선생님한테 얘기해서 5명이서 해도 된다고 허락받았는데도 애들이 안 껴준다는 것만 들었습니다.

친구를 사귀려고 관심 없는 연예인도 억지로 좋아하는 척하는 것 같아 더 안쓰럽습니다.


공부도 스스로 열심히 하고, 선생님들도 모범적이라 예쁜 학생이라고 합니다.

이런 딸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어머님 말씀에서 알 수 있는 사실


1. 소규모 초등학교에서도 절친은 없었다는 점

여학생들은 남의 눈치를 많이 보며 입김이 세고 주도적인 아이 비위를 맞추며 친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싫다면 입김이 세고 주도적인 아이 무리를 피해 조용히 지내는 게 좋고요.


따님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독립적인 성격이거나, 사회성이 조금 부족해 여학생들의 미묘한 분위기나 맥락 파악이 어려운 성격 중 하나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말씀해 주신 사항을 봐서는 독립성이 강해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아이인가 보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절친이 없어도 함께 놀 친구만 있으면 괜찮아한다는 점

마음이 단단한 아이입니다. 왕따나 소외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아이가 대놓고 소외되니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3. 여학생이 O명이라 4명씩 모둠을 짜면 1명이 늘 남는데, 그게 늘 따님이라는 점

선생님들이 의도적으로 한 명을 안 짜주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도 오해받아 민원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무조건 4명씩 한 모둠이어야 해! 남은 사람은 어쩔 수 없는 거야!'라고 말하는 교사는 당연히 없습니다.

분명 '4명씩 한 모둠 하고 안 되는 모둠은 3명이나 5명이서 해도 돼!'라고 말했을 겁니다.


여러 번 모둠활동에서 소외되었다는 건,

겉보기엔 5명이 한 모둠으로 앉아 있으니 따님이 소외되고 있는 걸 교사가 미처 몰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5명이 한 모둠처럼 보이지만 남은 4명이서 따님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말을 아얘 안거는 상황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O명 중 따돌림을 주도하는 주동와 옆에서 맞장구쳐주는 조동자(조력자) 무리가 있을 수 있고요

따님이 어떤 이유로 인해 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무리 눈에 뜨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 친구들이 보기에 따님이 다소 특이해 보여 '쟤 이상하지 않냐? 왜 저래?'라며 소외시키기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따님에게 잘못이 없을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아무 잘못 없이 찍히는 일이 더 많거든요.


집단 따돌림을 한 이유의 80%는 '장난이나 심심해서, 단지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와 같은 단순하고 어이없는 이유임을 올해 4월 교육부에서 발표했습니다.



따돌림당한 이유로 추정되는 것들을 순서 없이 읊어 보겠습니다.


1. (본인들이 보기에) 만만해 보여서

- 시골에서 전학 와서

- 사투리를 써서

- 그냥 전학생이라서

- 순해 보여서

- 착해서

- 반응이 재밌어서


2. 시기질투해서

- 생각보다 공부를 잘하고 똑똑해서

- 외모가 나보다 예뻐서

- 선생님이 자꾸 칭찬하는 게 기분 나쁘고 거슬려서


3. 내 힘과 세력을 과시하려고

-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고 일부러

- 내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하면 언제든 너네도 왕따 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4.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아서

- 내 비위를 맞추지 않는 행동이 기분 나쁘고 거슬려서

- 사소한 행동 하나가 단지 거슬려서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집단따돌림, 이렇게 대처해 보세요.


1. 주도하는 무리가 있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마세요.

특정 무리 주도로 따돌린 거라면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평생 남아 새 관계를 맺을 때마다 트라우마로 작용하거든요.

나쁜 마음씨를 가진, 질이 나쁜 아이들에게 잘못 걸린 거니까요


우선 상황을 자세히 기록하고, 증거가 있다면 모으세요.

일이 발생할 때마다 날짜와 시간을 정확히 기록한 후, 자세한 상황을 일기나 진술서 형식으로 기록해 두라고 하세요. SNS나 메시지에 괴롭히거나 소외시킨 증거가 있다면 캡처해 두고요.

도와줄 만한 친구를 찾아 진술을 받으면 더 좋습니다.


그런 후 담임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세요. '잘못 괴롭혔다가 학교폭력 가해자 되게 생겼다!'라고 느껴야 괴롭힘이 멈춥니다.


2.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사과를 꼭 받으세요.

무조건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사과를 받으세요. 진심이 덜 느껴져도 상관없습니다.

대면 사과를 받는다면 증인을 포함시키거나 녹음을 해두세요. 서면 사과를 받는다면 보관을 잘해두시고요.

차후에 재발한 경우 증거가 되어 가중처벌을 할 수 있거든요.


3. 앞으로는 여왕벌 유형의 기가 센 아이들은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주세요.

친구들이 유독 말을 잘 따르는 아이가 보이거든, 앞으로는 거슬리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알려주세요.

친해지려고도, 티 나게 거리를 두는 것도 좋지 않다고도 알려주시고요.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닙니다. 엮이면 더러운 일이 자꾸 생기니 피하는 겁니다.

가급적 엮일 일을 만들지 말 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야 한다고 알려주세요.



4. 상처받아 아파하고 있을 마음씨가 착한 따님께 이 말을 꼭 해주세요.


네 잘못이 아니야. 따돌린 그 아이들이 나쁜 거야.


너와 잘 맞는 친구는 이 학교 어딘가에 꼭 있어. 그때까진 혼자여도 괜찮아. 엄마와 함께 찾아보자!



5. 다른 활동을 시켜보세요.

학교 동아리 가입도 좋고, 학교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여러 학원도 좋습니다. 꼭 국영수가 아니어도 취미와 관련한 학원도 좋아요.

혹시 종교가 있다면 교회나 성당, 절의 중등부에 다니는 것도 좋고요.


같은 교실이 아니어도 어디에선가 교우관계 욕구가 충족된다면 힘든 교실 생활을 버티는 힘이 나게 하거든요.




중학생 고민상담은 이메일(funnyhow80@naver.com) 받습니다.

이메일을 주시면 사연을 각색하고 익명처리하여 포스팅과 브런치스토리 상담에 활용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께도 귀감이 되고자 합니다. 상담 내용 공개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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