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원 그만두고 싶어. 엉엉..."
2주간 연이은 양가 행사로 숙제를 밀려 영어학원에 갈 때마다 홀로 남아 숙제를 하다 오게 된 티라노 씨였다. 하필 숙제가 유독 많은 기간과 겹친 게 더욱 문제를 일으켰다. 그때부터 영어학원에 다녀온 날이면 울고불고 그만두겠다며 감정이 폭발하여 몇 시간이고 진정이 되지 않았다. 영어학원이 싫은 이유를 첫째, 둘째, 셋째.. 구체적인 근거를 조목조목 들어가며 그만두겠다고 엄마인 나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감정조절이 어려운 아이인데 어떨 때 보면 매우 논리 정연해 반박이 어려운 티라노 씨였다.
'영어만큼은 절대 안 돼!'
내가 중등 교사였기에 대학진학에는 영어, 수학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해 왔다. 이 일념으로 가득 차 다른 생각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다른 과목도 아니고, 영어를 쉰다고? 절대 안 돼!' 머릿속은 이 생각뿐이었다. 영어는 그만두면 안 된다며 티라노씨를 설득하다 안되면 살살 꼬드기다를 반복했다. 게다가 지금 다니는 영어학원은 이 동네에서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곳 중 하나였기에 만족스러워서 더 내려놓기가 아까웠다.
"학습지 3과목 정리해 줄게. 영어는 계속 다니자. 어때?"
영어를 그만두겠다는 예비 중1 티라노 씨에게 엉뚱한 제안을 했다. 싫다는 영어학원 대신, '국어, 한자, 수학' 학습지 수업을 정리해 주면 어떠냐고 권한 것이다. '영어학원 숙제를 계속해가느라 심리적 부담을 느끼니,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논리였다. 그렇게 잘하고 있던 학습지 수업을 정리하는 대신, 숙제가 없는 '책 읽고 오는 학원'에 보냈다.
결국 싫다는 영어학원에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영어선생님과 나의 꾸준한 설득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싫다는 영어학원에서 나가떨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작 4개월을 버티다가 결국 영어학원마저 정리하고 말았다. 이번 역시 영어학원을 그만두는 대신 숙제가 없는 '영어도서관 학원'을 다니기로 합의하였다.
"엄마, 나 영어학원 다시 다녀야 할 것 같아."
영어학원 대신 '영어도서관'만 다닌 지 꼬박 1년이 된 어느 날, 티라노씨가 말했다. "요새 외국인들이랑 채팅할 때 단어가 생각이 잘 안나. 많이 까먹은 것 같아. 대신 다녔던 학원은 절대 안 돌아가!"라며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너무 반가운 난, 부랴부랴 2군데 영어학원의 레벨테스트를 예약했다. 첫 번째 테스트를 본 D학원은 워밍업이었고, 예전부터 정말 보내고 싶은 B학원 시험은 두 번째 순서였다. (B학원은 이 동네로 이사오자마자 테스트를 보았으나 떨어져 다니지 못했던 곳이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복병이 발생했다. D학원 시험을 보자마자 티라노씨가 영어 테스트를 한 번 더 보는 것을 거부한 것이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D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영어학원을 그만둔 지 정확히 1년 만이었고, 영어학원에 다시 다니기에 영어도서관 수업은 정리했다.
그런데 새 영어학원에 문제가 발생했다.
새 영어학원 선생님과 예전 선생님들이 비교가 되는지, 수업을 지루해하며 신뢰를 쌓기 힘들어했다. '다른 학원들에 비해 덜 알려진 작은 규모인 데다, 영어 자체에 대한 흥미가 없어서 더욱 그런가 보다' 추측만 할 뿐이었다. 결국 다닌 지 2달 만에 D 영어학원도 그만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