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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를 강조하던 교사의 자녀학원선택, 과연 옳았을까?

자녀교육 문제, 후회없는 선택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3가지

by 그림크림쌤 Mar 04. 2025

"영어학원 그만두고 싶어. 엉엉..."

2주간 연이은 양가 칠순잔치로 숙제를 4일치나 밀려 영어학원에 갈 때마다 홀로 남아 숙제를 하다 오게 된 티라노씨였다. 하필 숙제가 유독 많은 기간이라 평소로 치면 일주일치가 밀린 수준이었다. 그때부터 영어학원에 다녀온 날이면 울고불고 그만두겠다며 감정이 폭발하여 진정이 되지 않았다. 영어학원이 싫은 이유를 첫째, 둘째.. 구체적인 근거를 조목조목 들어가며 그만두겠다고 엄마인 나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감정조절이 어려운 아이인데 어떨 때 보면 매우 논리 정연해 반박이 어려운 티라노씨였다.


'영어만큼은 절대 안 돼!'

교사였기에 대학진학에는 영어, 수학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해 왔다. 이 일념으로 가득 차 다른 생각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다른 과목도 아니고, 영어를 쉰다고? 절대 안 돼!' 머릿속은 이 생각뿐이었다. 영어는 그만두면 안 된다며 티라노씨를 설득하다 안되면 살살 꼬드기다를 반복했다. 게다가 지금 다니는 영어학원은 이 동네에서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곳 중 하나였기에 만족스러워 더욱 놓기가 아까웠다.


"학습지 3과목 정리해 줄게. 영어는 계속 다니자. 어때?"

영어를 그만두겠다는 예비 중1 티라노씨에게 다소 엉뚱한 제안을 했다. 싫다는 영어학원 대신, '국어, 한자, 수학' 학습지 수업을 정리해 주면 어떠냐고 권한 것이다. '영어학원 숙제를 계속해가느라 심리적 부담을 느끼니,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논리였다. 그렇게 잘하고 있던 학습지 수업이 정리되며 국어와 한자 교육을 끝냈다. 수학은 학원을 다니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국어였다. 학습지 수업을 정리하는 대신, '독서 학원'을 보냈다.


버티는 데는 결국 한계가 있었다.

영어선생님과 나의 꾸준한 설득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싫다는 영어학원에서 나가떨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개월이었다. 결국 영어학원마저 정리하고 말았다. 영어학원을 그만두는 대신 '영어도서관'을 다니기로 합의하였다. 독서학원과 마찬가지로 영어도서관도 숙제가 없어 부담이 없었다.


"엄마, 나 영어학원 다시 다녀야 할 것 같아."

영어학원을 쉬며 '영어도서관'만 다닌 지 꼬박 1년이 된 어느 날, 티라노씨가 문득 말했다. "요새 외국인들이랑 채팅할 때 단어가 생각이 잘 안나. 많이 까먹은 것 같아. 대신 다니던 학원은 절대 안 돼."라며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너무 반가운 난, 부랴부랴 2군데 영어학원의 레벨테스트를 예약했다. 번째 테스트를 본 C학원은 워밍업이었고, 예전부터 정말 보내고 싶은 B학원 시험은 두 번째 순서였다. (B학원은 이 동네로 이사오자마자 테스트를 보았으나 떨어져 다니지 못했던 곳이다. B학원에 떨어진 이야기 : 04화 학원에 다 떨어져 어쩔 수 없이 과외를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복병이 발생했다. C학원 시험을 보자마자 티라노씨가 영어 테스트 보는 것을 거부한 것이었다. 그렇게 어쩔 없이 C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영어학원을 그만둔 지 정확히 1년 만이었다. 영어학원에 다시 다니기에, 영어도서관 수업은 정리했다.


그런데 새 영어학원에 문제가 발생했다.

새 영어학원 선생님과 예전 선생님들이 비교가 되는지, 수업을 지루해하며 신뢰를 쌓기 힘들어했다. '다른 학원들에 비해 덜 알려진 작은 규모인 데다, 영어 자체에 대한 흥미가 없어서 더욱 그런가 보다' 추측만 할 뿐이었다. 결국 2달 만에 C학원마저 그만두게 되었다. 영어학원에 다시 다닐 기회는 그렇게 허무하게 날아가버린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자녀의 교육 문제, 후회 없는 선택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3가지

(고입을 앞두고, 지나고 보니 가장 후회되는 점 3가지)


첫째, 아이의 타고난 성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에 맞는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자녀가 순한 기질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자녀가 예민하고 불안이 높으며 짜증이 많은 까다로운 기질이거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유독 어려운 느린 기질이라 얘기가 달라진다. 까다롭거나 느린 기질을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자녀의 기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가 꼭 필요하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는 호불호가 강하고, 불편감을 유독 참기 힘들어한다. 그리고 예민하고 불안이 높기에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도 어렵다. 이과성향이 강한 데다 지루함을 참는 게 어려운 성향을 가진 아이는 단순암기 위주의 영어나 역사 과목 수업은 견디기 힘들 수 있다. 반대로, 주어진 문제를 분석하여 체계를 거쳐 해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문과 성향의 아이들에게는 수학이나 과학 과목 수업이 어려울 수 있다. 순한 기질을 가진 아이들에 더 어려워 한다. 싫어하는 과목에 대한 집중은 까다로운 기질로 태어났기에 더욱 어려운 '뇌의 문제'임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자녀의 타고난 기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 감정을 읽어주고 해소해주는 게 두번째로 필요한 일이다. 그렇게 아이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차분히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면 '느린 아이'라면 조바심을 내거나 느린 것에 대한 불안을 아이 앞에서 들키지 말아야 한다. 아이의 느린 속도에 맞춰 믿고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만큼 빨리 가진 못하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부모의 조바심이나 불안을 아이가 알아채는 순간,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가던 걸음을 멈출 수 있다.



둘째, 국영수 학원,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잠시 쉬어가도 좋다. 아니, 쉬어가는 게 훨씬 나을 수 있다.

티라노씨의 경우 영어학원에 다니는 걸 힘들어했다. 그런데 잘못된 마음 읽기와 해결로 결국 엉뚱한 국어, 한자를 그만두게 시켰다. 그런데 결국 영어까지 중단돼 버렸다. 돌이켜보면 영어학원을 그만두고 잠깐 쉬게 하거나 부담이 훨씬 적은 영어학원으로 옮겨주면 될 문제였다. 그랬다면 최소한 국어와 한자까지 중단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너무 질리고 지쳤을 땐 잠깐 쉬어가도 좋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달리고 있는데 어떻게 쉬나요. 다른 아이들은 6살부터 달려요. 지금 시작해도 늦었어요."라는 말은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하기 위한 말이다. 아이들마다 가진 타고난 능력과 속도는 모두 제각각이다. 높은 지능과 이해력으로 매우 빨리 달려 나가는 아이들도, 느리게 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도 있다. 잠깐 쉬다 보면 더 충전이 잘 되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늦게 출발해도 더 빨리 치고 나가는 아이들이 분명 있다. 학교에서 오랜 기간 꽤 많이 보아왔다. 정말이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다 알았으면서 왜 그랬을까. 그래놓고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는 사람. 그게 나다.)



셋째, 학원을 옮길 때 시험 보는 순서와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

낯선 환경에 노출되었을 스트레스를 더욱 크게 받는 아이에게는 여러 학원을 다니며 좋아하지도 않는 과목의 시험을 오랜 시간 보러 다니는 자체는 더욱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예민한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과목의 레벨테스트를 보러 간다면, 가장 보내고 싶은 학원의 테스트부터 응시하도록 일정을 짜는 좋다. 그리고 시험 당일 피곤하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감정조절이 어려운 아이들은 시험을 참던 스트레스가 폭발해 '시험 보러 안 갈래'와 같은 거부 선언으로 이어지거나, 보러 가더라도 실력발휘가 안될 있다. 따라서 시험 전날과 당일의 컨디션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감정조절이 유독 어려운 ADHD나 HSP(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예민한 사람)의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다음 편에서는 <학군지 중학교 입학 후, 첫 학교 시험을 치른 티라노씨의 학교 공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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