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동의 탄생
식사 때 국이 없으면 역정을 내셨던 아버지 탓에 우리 집은 자연스레 밥과 국이 세트였다.
이때 베인 습관이겠다만 나도 식사에 국이 없으면 섭섭하다.
그리고 밥그릇이 절반 정도 비워지면 당연처럼 남은 밥을 국에 말아먹는다.
이런 식습관을 아내는 처음에 많이 놀라했다.
라면 국물에 밥을 넣어 먹을 때도 놀라했고, 컵라면에 남은 오니기리를 투하했을 때도 그랬다.
애써 돌려 말했다.
'탄수화물에 탄수화물이네, 맛있겠다.'
혹여라도, 한 입 줄까?라고는 말하지 말라는 앙다문 표정이다.
아내는 어릴 때부터 말고, 비벼 먹는 것이 지저분하다고 주의받았고, 음식이 국물에 스며들지 않게 소재를 분리한다. 나처럼 어린 시절부터의 습관일 테다.
그런데 남은 국물에 밥 말아먹던 것이 음식이 되었다.
오야코 동이 그렇다.
일본 식당에 가서 찌개류를 먹고 마지막에 밥을 비비고 싶을 때도 메뉴에 그 옵션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국물에 비빈 밥을 주문을 했을 때도 대부분은 남은 찌개를 주방에 가져가 따로따로 그릇에 나눠서 준다.
그만큼 여기 습관에는 없던 일인 것이다.
오야코 동은 닭고기를 구워서 밥 위에 올리고 다시 국물에 계란을 풀어 반숙을 만들어 올린 음식인데 대부분의 일본사람들은 이게 국물에 말았던 음식임을 잘 모른다.
샤모나베라는 닭전골을 먹고 남은 국물에 계란을 풀어 밥에 올려서 먹던 것에서 오야코 동이 생겨났다.
좀 잔인하게 들리지만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부모자식 덮밥' 정도 되겠다.
국에 말아먹던 처음 방식이 아닌 국물이 거의 없는 하나의 음식으로 1903년에 완성했다.
이 음식이 생긴 지 백 년 넘게 소소한 변화를 거쳐왔는데 지금에 이르러서 대부분의 점포가 맛이 비슷하다.
마침 사무실 근처에 맛있는 오야코 동 집이 있다.
단가가 조금 있어서 누군가 올 때 가게 되는 전문점이다.
이곳에는 다른 데는 없는 조금 색다른 오야코 동이 있는데 바로 고추장 오야코동이다.
이름은 그냥 매운 오야코동. 이렇게 쓰여있는데 호기심 많은 나는 바로 시켜 먹었다.
그리곤 바로 알았다. 계란 풀어 올린 곳에 익숙한 양념의 맛이다.
의외로 한국인인 나에게 닭과 계란에 고추장은 잘 어울린다.
주인에게 물어봤다. 역시 한국 고추장이었다.
같이 온 손님에게 설명했다. 이 매운맛은 한국의 양념이라고.
한국과 일본의 음식이 잘 맞았다고 서로 톤을 높여 가며 맞장구쳤다.
근데 이름이 좀 잔인하지 않냐고 물었다.
'응? 타인 동도 있는데?
계란에 닭은 오야코 동!
계란에 돼지는? 타인 동!'
계란에 닭과 고추장은 친구 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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