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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면 Oct 01. 2023

[책 리뷰] 최은영의 <밝은 밤>을 읽고

타인의 삶을 통해 나를 바라보다

읽은 지는 한참 되었지만 2023년 9월 2일 송파 글마루 도서관에서 열린 최은영 작가와의 만남을 다녀온 것을 포함하여 글을 읽은 감상을 남기고자 한다.


최은영 작가와의 만남 후기

2023년 9월 2일 송파 글마루도서관에서 최은영 작가와의 만남을 열길래 다녀왔다. 최은영 작가의 책은 '밝은 밤' 한 권만 읽어 보았는데 어딘가 서정적인 문체가 마음에 들어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생각할 쯤이었다. 작가와의 만남을 신청해서 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작가님께서는 여러 카테고리의 글을 읽어주셨고 중간부터는 질문과 답변 시간을 가졌다. 작가님께서 글을 읽어주실 때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편하게 듣느라 많은 메모를 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나 나름대로 친절함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당시에 1. 친절함 2. 중독 3. 떳떳함과 오해(?) 4. 작가 생활하며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과 관련한 글을 읽어주셨다. 나중에 묶어서 책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책이 나온다면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에 남는 몇 개의 키워드를 끄적여 본다.

1. 소설 데미안에는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것을 싫어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내가 미워하는 내 모습을 타인에게서 볼 때 싫다. 나는 속물적이고 이기적이고 의존적이다. 나는 억압하며 사는데 너는 왜 드러내냐는 것이다.

2. 자기 사랑보다는 자기 수용에 가까운 마음이다.

3. 사람 간의 연결을 느낀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위로.

4. 친절하면 호구당할 수 있는 사회라지만 나는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밝은 밤과 관련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I인 나도 몇 번을 속으로 고민하다가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정확한 질문과 답변을 기록해두지 않았지만 몇 개 인상 깊었던 것들을 기록해 본다.


1. 책 제목은 무슨 뜻인가?

-> 제목은 책을 쓰기 전 가제이다. 어두운 시간+ 따뜻한 마음이 담긴 제목이다.

2. 가장 애정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 새비 아주머니이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이다. 새비 아주머니가 죽을 때 눈물이 나기도 했다.

3. 증조부와 관련된 질문

-> 증조부를 악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희대의 나쁜 놈이 아니다. 그는 그 시대의 평범한 인물이라 생각한다.

4. 캐릭터 구상법? 캐릭터에 자신의 모습이 있는지?

-> 캐릭터는 100% 상상+감정적 경험에 의해 구상된다. 캐릭터 안에 나 자신이 있다. '내게 무해한 사람' 속 나비(사람 판단을 좋아함)랑 비슷하다.

5. 4대 플롯을 짜게 된 계기?

-> 2017년 쿠바에서 떠올리게 됐다. 삼천이의 이야기를 딸이 전해주는 것을 떠올렸고 화자가 있으니 청자가 있어야겠구나 싶어 청자인 지연이를 넣다 보니 틀이 만들어지게 됐다.

6. 질문 기억 안 나지만..

-> 소설이 영화보다 유리한 점이 후각과 촉각을 드러낼 수 있는 점이라 생각한다.

7. 작가님이 소설 속 좋아하는 구절?

-> 지연이가 본인의 인생을 생각하는 부분이다. 지연이가 스스로 자신을 아프게 한 것은 자신에 대한 기만이었음을 깨닫는 부분이다.

8. 작가님의 mbti?

-> INFP


답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답변은 6번째 답변이었다. 소설을 펼치자마자 본 첫 문장인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를 좋아하는데 이런 서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문장들이 그래서 나올 수 있었구나 싶었다.


타인의 슬픔을 마주하며 나를 치유하다

밝은 밤은 총 4대에 걸친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지연이 희령으로 가서 할머니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머니는 지연과 똑 닮은 증조할머니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 소설은 지연으로부터 증조할머니의 이야기가 재구성되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방법은 자신을 3인칭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동영상으로 녹화된 나의 모습이나 문득 녹음된 통화내용을 들어보면 '내가 그랬구나' 싶은 순간이 있다. 비록 타인의 이야기였지만 자신과 닮아있는 증조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그에 얽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연은 자신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타인의 삶 속에서 '나'를 발견함으로써 나를 아프게 한 것은 나에 대한 기만이었음을 깨닫고 지연은 소설 말미에 나의 관심을 바라고 나에게 위로받기를 바라는 나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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