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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면 Jan 06. 2024

[책 리뷰] 김경일의 <적정한 삶>을 읽고

나만의 '적정한 삶'을 찾아서

2023 안산의 책 독서감상작 전국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였다. 아래는 공모전에 제출한 나의 글이다.


  ‘적정하다’라는 형용사는 그 주관성에 의해 초보자에겐 참 어려운 단어이다. 마치 요리 프로그램에서 ‘소금은 적당히 넣어주세요.’와 같은 멘트처럼 말이다. 이번 생이 1회차라 삶의 초보자인 사람에게 ‘적정하다’라는 단어처럼 어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의 적정한 온도와 타인과의 적정한 거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만의 ‘적정’을 찾는 사람을 위해 이 책은 4가지 부분으로 목차를 나누고 있다. 1장에서는 나에게 내재된 감정을 다루고 2장과 3장에서는 공동체 속에서의 관계를 다루며 4장에서는 나와 타인을 종합한 시대의 행복을 다룬다. 여러 측면에서 나만의 적정한 삶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던 이야기와 감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적정한 삶을 찾아가는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분노’의 감정을 다룬 부분이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이 만나는 사람 중 80%는 ‘욱’하는 성격 때문에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홧김에 일을 저지르고 후회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가 보다 싶었다. 나 또한 요새 내가 쉽게 분노하는 성격을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염려와 이것을 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부분을 유심히 읽어 보았다.

책에 나왔듯이 우리가 후회하는 것은 분노라는 감정 그 자체보다는 분노로 인해 저지른 일들이다. 나에게 그런 일들은 퇴근하고 만난 사람에게도 쉽게 짜증을 낸다든가 퇴근길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산다든가 하는 행동이다. 책에 따르면 감정은 총량이 없고 오히려 전이되기에 감정의 선을 그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상황에서 벗어나 걷거나 분노한 타인에게는 ‘무슨 일 있으세요?’라며 감정을 구분해 주는 것이다.

엉뚱한 곳으로 분노가 가기 전에 또 그 분노로 저지른 행동에 후회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아닌 몸을 움직여야 함을 깨달았다. 종종 산책을 통해서 전이되는 기분을 막고 상황을 환기하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노로 후회하는 행동을 한 후 의지력이 약한 나를 탓하기보단 천천히 걸으며 나의 얽힌 마음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적정한 삶을 위해선 나의 온도를 적정하게 조절하는 것뿐만이 아닌 타인과의 거리를 적정하게 조절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이타성’이 아닐까 싶다. 현대 사회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것을 좀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이에게 너의 것을 나누어주라고 가르치기보다는 남에게 빼앗기지 않을 것을 가르친다. 양보보다는 경쟁과 이익을 가르치는 것이다.

  종종 아이들에게 자신이 맡은 일 혹은 의무는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을 위하는 행동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간식을 주면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 혹은 ‘친구 쓰레기 치우는 거 좀 도와줄까?’ 등의 상황이다. 이때 아이들의 반응이 ‘제가 왜요?’, ‘다른 애들도 있는데 왜 저예요?’ 일 때 당황스러운 적이 있다.

이런 순간들에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고 도와주는 행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을 하곤 했다. ‘이타성’이 앞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량인지를 가르쳐야 하나? 이타적으로 한 행동이지만 결국에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 역량임을 알려 주어야 하나? 고민을 했다. 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택한 방법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돕는 것이 나에게 손해가 아님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것이 나의 성장을 얼마나 돕는 일인지 말이다. 자신이 배운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친구가 놓친 부분의 필기를 공유하는 것이 나에게도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알려주는 것으로 이타성을 나누고 있다.

결국 행복을 말하기 위해서는 우린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책에서는 ‘감사의 힘’과 관련하여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감사는, 심지어 인위적으로 떠올린 감사를 통해서도 시련을 극복할 힘과 정직한 태도가 생겨난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 나와 타인과의 적절한 온도를 모두 해결할 힘이 감사를 통해서 나타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감사란 섬세한 만족감을 키우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의 일상을 유지해 주는 나와 나를 둘러싼 타인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런 섬세한 감각을 일깨울 때 나와 나를 둘러싼 삶이 풍요로워짐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득 직장에서 너무 힘들고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 같을 때 직장 동료와 농담 삼아 ‘진짜 어떡하지. 감사 일기라도 써야 하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너무 많은 좋은 글귀나 자기 계발서에서 감사 일기의 효과에 대해 반복적으로 들었기에 알고는 있지만 진심으로 와닿지 않아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고 ‘감사 일기라도’가 아니었음을, 이는 나에게 무딘 만족감을 일깨우는 중요한 작업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코로나19 때의 상황을 바탕으로 하여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를 위한 통찰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지금 더 의미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의 거리두기와 마스크로 가려진 표정 속에서 무뎌졌던 감각을 깨우고 풍족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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