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김순옥의 <초보 노인입니다>를 읽고
누구나 노인은 처음이라
주변 친구들이 요새 어떤 책을 읽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초보 노인입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어. 은퇴 후 60대에 실버타운에 입주한 사람의 이야기야.’라고 답했다. 친구들의 반응은 ‘그 책을 왜 읽어?’였다. 아마 그 의문에는 ‘그 나이에 왜 그런 주제의 책을 읽어?’ 혹은 ‘그게 뭐 궁금한 점이 있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실버타운 이야기는 지금의 나이대와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고 흥밋거리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어른이 된다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책을 통해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삶과는 거리가 있는 실버타운의 세계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은퇴 후 남편과 함께 살 집을 알아보다 60대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실버 아파트에 들어온다. 이 책의 저자도 실버타운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았듯이 나에게도 실버타운은 나와는 관련 없는 전혀 다른 세계로 느껴지는 곳이다. 실버타운을 처음 접한 것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매체에서 소개한 곳은 실버타운 중에서도 매우 비싼 곳이었던 것 같다. 사는 분들의 인터뷰, 시설 등을 통해 나이가 들어 실버타운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노인을 위한 편의 시설 및 건강 시설 등은 노인이 되었을 때 염려되는 부분을 해결해 주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을 때는 친구들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실버타운에 가서 살자고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한 친구로부터 실버타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비용 문제를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 바로 이 책에서는 아파트 전체가 거대한 노인정이라고 표현하는 부분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친구가 들은 말로는 실버타운의 생활은 활기가 없고 칙칙하다는 것이었다. 책에서도 놀이터와 어린이집이 없으며 거의 침묵 모드이고 음식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출퇴근하는 사람도 없고 다들 일찍 잠들기에 어둠이 내리면 더욱 고요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젊음을 추구한다. 작가는 식당을 즐기지 않는다고 말하며 자신의 미래 모습을 당겨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젊음을 바라보고 싶은 본능으로 인해 실버타운에서의 삶 속에서 안락함보다는 무기력과 칙칙함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호회를 즐기는 사람들, 치매에 걸린 할머니, 식곤증에 잠드는 할아버지 등 다양한 실버타운 속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나는 어떤 모습의 노인이 되어있을까, 나라면 실버타운에 입주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상상은 잘 안 가지만 초반에는 우울해하다 나중에는 잘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주 초반에는 나의 나이 듦을 자각하며 울적해하다가도 실버타운이 주는 편안함에 만족하며 지낼 것 같다.
고령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인을 그냥 하나의 노인으로 본다. 책에서도 ‘절대 할머니들은 다 똑같아라고 생각하거나 얘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자세히 보면 그들도 다르다.’라며 깨달음을 전한다. 단순히 늙음이라는 키워드로 무심하게 60대 이상을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시선은 추후 그 나이가 되었을 때 사람들로 하여금 우울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부터도 그런 무심한 시선을 가지고 있었음을 책을 읽으며 깨달으며 그런 시선을 반성하게 되었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 영화 인사이드아웃 2를 보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영화 속 기쁨이라는 캐릭터가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이처럼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충실함을 잃어가고 조금은 감정이 후순위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인이 된다는 건 어른으로 묻혀왔던 그 감정에 다시 몰입해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한가롭기도 하면서도 쓸쓸한 노년기에 어렸을 때처럼 감정이 점점 투명해지는 것이 나이 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세이의 끝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죽음은 계획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선명해지는 것이라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노인과 죽음이라는 카테고리는 내 인생에서는 먼 것처럼 늘 생각하곤 한다. 생과 사는 함께라는 것, 나이가 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삶 속에서 초보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내가 노인이구나를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것, 심리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 등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실버타운에서 초보 노인의 자신의 모습을 본 글쓴이를 통해 언제 가는 초보 노인이 될 나의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