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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면 Aug 01. 2023

[박물관 리뷰] 루브르 박물관 1

 닌텐도로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서 루브르 박물관을 감상하였다. GPS 기능이 있어서 내가 어떤 작품을 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다만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있는 건 아니어서 아쉬웠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인상 깊게 본 몇몇의 작품을 리뷰하고자 한다.


1. 사모트라케의 니케

드농관의 시작을 알리는 이 작품은 처음 봤을 때부터 감탄이 나왔다. 계단을 올라 마주한 작품의 크기가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작품이 놓인 위치라 생각했다. 유명한 작품이기에 당연히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넓은 곳에 홀로 있는 작품의 위치 때문인지 감상하는 데 있어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드농관에서 마주한 천장화이다.


2. 젊은 여인에게 선물을 내놓는 비너스와 삼미신(보티첼리)

사랑의 신인 비너스와 미의 세 여신이 한 여인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장면이다. 오른쪽에 작은 아이는 큐피드라고 한다.


3. 오상을 받는 성 프란체스코(조토 디 본도네)

르네상스 회화의 시작을 알린 화가 조토 디 본도네의 작품이다. 중세의 그림에 비해 조금 더 유연해진 인물의 모습에서 르네상스 회화의 전조를 읽을 수 있다고 한다.


4. 세례 요한(레오나르도 다 빈치)

루브르 박물관에는 모나리자 이외에도 몇 점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있다. 모나리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잠깐만 감상이 가능하기에 그 이외의 작품을 좀 더 집중해서 보자는 마음으로 감상하였다. 이 그림은 털옷과 나무 막대기로 보아 세례 요한으로 보기도 하지만 손의 포도 넝쿨로 인해 바쿠스(술과 축제의 신)로 보기도 한다고 한다.


5. 세례 요한의 머리를 건네받는 살로메(베르나르디노 루이니)

다소 충격적인 그림이어서 여행이 끝나고 앨범을 정리하다 그림과 관련한 설명을 찾아보았다. 검색해 보니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성서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가 헤로데의 동생의 아내인 헤로디아와 혼인한 것을 비난한다. 이에 헤로데가 세례자 요한을 체포한다. 헤로데의 향연날 헤로디아의 딸인 살로메가 춤을 추어 연회를 즐겁게 한다. 이에 임금이 살로메에게 원하는 것을 묻는데 살로메는 어머니의 부추김을 받아 세례 요한의 머리를 요구한다. 집행인이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살로메에게 주자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주었다.

관련 일화를 그린 다른 작품들도 추후의 검색을 통해 보았다. 같은 일화를 그리는 데 어떠한 장면을 그리는지, 어떠한 인물에 초점이 가있는지는 작품마다 다른 점이 흥미로웠다. 일화를 알기 전엔 여인이 잔인함에 눈을 돌린 것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일화를 알고 나니 그녀의 어머니를 바라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6. 암굴의 성모(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기 예수와 세례 요한의 만남을 그린 장면이다. 왼쪽부터 인물을 살펴보면 세례 요한(십자가 지팡이 들고 있음), 성모, 아기 예수(세례 요한을 축복하는 손짓을 하고 있음), 천사 가브리엘(손가락으로 세례 요한을 가리키고 있음.)이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기 전 작품과 관련한 간단한 소개 영상을 보고 갔는데 영상에서 설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을 볼 수 있었다. 스푸마토 기법은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경계를 희미하게 그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그림의 기법이 옛 일화의 그림을 몽환적이고 신비롭게 만드는 것 같았다.


7. 페로니에르를 한 아름다운 여인(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가 아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다른 초상화가 있어 유심히 감상하였다. 액자로 인해 처음에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림의 하단에 창틀이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검은 배경에 격식을 차리고 초상화를 그린 듯하면서도 지나가다 창문 너머로 누군가를 응시하는 듯한 자연스러움의 부조화가 인상적이었다.


8. 성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자(레오나르도 다 빈치)

성 안나가 성모 마리아를 무릎에 앉혀 놓고 있고 아기 예수는 양을 두 손으로 잡고 있는 그림이다.


9. 모나리자(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 작품 앞에는 정말 긴 줄이 서 있었다. 작품의 스푸마토 기법이라든지, 자세는 어떤지, 눈썹은 어떤지(?)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줄을 서서 작품 앞에 가서 겨우 작품을 찍고 작품과 내가 나오게 찍고 밀려났다. 나뿐만이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는 대부분이 그러했다. 작품은 작았고 그 앞에 유리가 있었기에 더욱 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있는 기억이라고는 그림 앞의 수많은 사람들뿐인 작품이었다. 작은 그림이 주는 영향력이 마냥 신기했다.


10. 가나의 혼인 잔치(파울로 베로네제)

이 작품은 작은 모나리자 그림의 건너편에 있는 큰 작품이다. 그림의 크기와 화려함에 오히려 모나리자보다 눈길이 간 작품이었다. 높이가 6미터가 넘고 넓이는 10미터 정도라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가장 작은 그림인 <모나리자>와 가장 큰 그림인 이 작품이 마주 보고 있다. 가운데에는 후광이 그려진 예수와 마리아가 앉아있다. 중앙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악사들은 티치아노, 틴토레토, 바사노, 베로네제라고 한다. 가장 왼쪽에 흰색 옷을 입은 악기 연주자가 화가 자신이다. 이 작품은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의 장면을 그린 것으로 그림의 오른쪽 하단에 그 상황이 잘 나타나 있다. 


11.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자크 루이 다비드)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전속 화가로 활동하면서 나폴레옹의 업적을 미화하는 작품을 발표했다고 한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참석하지 않았던 나폴레옹의 어머니를 그린다거나 나폴레옹의 키를 훨씬 크게 그린다거나 하는 점이다. 이 그림은 베르사유에서도 보았는데 둘 다 크기가 매우 컸다.


12. 호라티우스 형제들의 맹세(자크 루이 다비드)

왼쪽 남성들의 비장하고 굳건한 분위기와 오른쪽 여성들의 절망적인 분위기가 대조를 이루는 작품이다.


13.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자크 루이 다비드)

로마와 사비니 남자들 사이의 전쟁과 그를 중재하고자 하는 사비니 여인들의 그림이다. <호라티우스 형제들의 맹세>와는 사뭇 다른 구도가 보이는 작품이다. 아이를 내세우며 두 집단의 화해를 이끌고자 하는 다양한 여성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14. 메두사호의 뗏목(테오도르 제리코)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그림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더 잔혹하게 느껴졌던 그림이다. 메두사호가 조난을 당했는데 고위 인사들이 탄 구명선에 뗏목을 연결하여 탈출했으나 구명선에서 밧줄을 끊어버리자 13일간 표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죽은 시체들과 처절한 절규, 자포자기한 눈빛 등이 어두운 색감과 어우러져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15.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들라크루아)

작품의 부제는 <1830년 7월 28일>로 7월 혁명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왼쪽에 총을 든 남자는 들라크루아 자신을 그린 것이라 한다. 다양한 연령과 계급의 사람들이 혁명을 지지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16. 큐피드의 키스로 되살아난 프시케

루브르 박물관에서 본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을 고르라고 하면 이 작품을 고르고 싶다. 작품에 담긴 이야기와 인물 간의 대조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작품에 있던 해설을 번역한 것이다.

그녀가 열지 말라고 지시받은 병으로부터 나온 연기에 의해 독에 감염된 프시케는 죽음의 직전에 있었다. 큐피드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려왔다. 그녀를 화살로 찌르고 키스로 그녀를 부활시키면서.


금기 위반 화소는 고전 소설에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 요소이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요소이다. 이전의 금기 위반 화소가 들어가 있는 이야기는 천상계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 한 인간이 천상계와 온전히 단절되는 식으로 전개되었다.(돌이 되어버린다거나 하늘로 올라가는 수단인 말이 죽는다거나)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는 인간계의 존재인 프시케가 천상계로 편입이 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상승하는 에로스, 하강하는 프시케, 그리고 그들 사이의 거리가 만들어내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오디오의 설명에 따라 이야기를 듣고 작품의 뒤편에 가보니 이야기에 나오는 화살과 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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