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의 끝에서 진심 한 방울

부러우면 지는 거다?

by 싱긋



[ 따로 또 같이 쓰는 첫 문장 ]

<상상에 깃든 진심> e-book 66쪽,

‘부러우면 지는 거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자주 누군가를 부러워했다. 루틴으로 삶의 구석까지 균형 있게 가꾸는 사람, 자기다운 품격으로 멋이 나는 사람, 남의 시선을 이겨내고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하는 사람, 티 없이 환한 웃음으로 주위를 밝히는 사람, 알게 모르게 주변을 살뜰히 챙기는 사람,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사람들. 부러운 사람들이 넘친다.



부러움도 다 같은 무게는 아니었다. 가볍게 스쳐가는 부러움이 있는가 하면, 묵직하게 깊이 박히는 부러움도 있었다. 다 같은 맛도 아니었다. '쟤는 왜 잘하지?' 자기 비하와 섞여 질투라는 치명적인 독극물이 되기도 했고, '와,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될까!' 호기심과 만나 성장 동력이 되는 보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부러움은 내면의 채찍으로 휘둘릴 때가 더 많았다. '나는 왜 저 상태가 아닌가' 결핍을 부각하는 압박으로 태어났다가, '나는 안 되겠다'는 체념의 모양으로 굳어졌다.



글을 쓸 때도 그랬다. 건너건너 알고 지낸 지인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된 날, 나는 글쓰기에 대한 욕심을 반듯하게 접었다. 당장 책을 내도 흠잡을 데 없는 필력을 가지고서도, 뒤에서 묵묵히 쌓은 글들을 읽으며 덜컥 겁이 났다. 세상에는 작가로 사는 사람들이 몰래몰래 숨어있구나. 어디 가서 글 쓴다는 말은 입 밖에도 내지 말아야지, 마음을 단단히 여몄다.



욕심이 사라지자 오히려 편했다. 쓰고 싶은 글을 자유롭게 즐기면 될 것 같았다. 어떠한 가면 없이 나를 보여주는 마음의 소리가 술술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꼬리 같은 것이 자꾸 따라왔다. 그분처럼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은 아니었다. 그분의 글을 트집 잡고 싶은 질투도 아니었다. 그분과 나는 각자의 방식이 있을 뿐 나도 잘 하고 있다, 열등감을 덮어버린 정신 승리도 아니었다.




내 존재가 흔들리고 있었다. 말이 서투니, 글이 나를 더 온전히 담고 있다 핑계 대며 살았다. 글은 나를 가장 닮은 존재 방식이었다. 글을 통해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과 연결돼, 다시 나를 세워가고 있었다. 진심이라는 얼굴로 나를 보이고, 타인을 대면하는 기쁨이 컸다. 글로 소통하는 관계에서 나는 사랑받아도 되는 존재로 재정의되고 있었다. 글은 진짜 '나'를 내보이고, '나'라는 존재와 가치를 인증하는 중대한 방식이었던 것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내 눈에 더 강력하고 정확하게,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능력자로 해석됐다. 세상과 유려하게 연결되어 존재감을 빛내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가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앞에서 내 자리라 믿었던 안식처가 흔들리고 있었다. 떠나야 하나. 이곳을 벗어나 내가 정착할 다른 자리를 찾아 헤매야 하나. 슬펐다.




그러나 나는 떠나지 못했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부러움에 흔들렸다기 보다, 내게 너무 소중해서 지키고 싶은 것을 또렷하게 마주했다. 나에게 글이란, 남들과 비교해 더 잘 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나를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글 속에서만큼은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나는 나를 다시 쓸 수밖에 없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쓴다.



나를 녹인 맑은 진심 한 방울

글에 담아 세상에 띄운다.

그 진심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닿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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