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따로 또 같이 쓰는 첫 문장>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인생을 통틀어 몇 안 되는 남사친을 둔 때였다. 그는 신중하고 수더분한 성격이라 남자를 대하는 게 불편했던 나도 그와는 거리낌 없이 수다를 떨곤 했다. 이성적인 감정이 들지 않아 그저 편했다. 꾸미지 않아도 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사이였다.
나는 부탁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지만 힘든 과제가 있으면 도와달라고 해 같이 공부를 했다. 친구들과 사는 자취방에 구경도 가고, 남는 인형이라며 깜짝 선물을 받기도 했다. 늦은 밤, 전화로 윤도현 밴드의 노래를 부르기에 꽤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었던 나의 남자사람친구.
그러다 자연스레 그와 멀어진 건, 내가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분식집에 앉아 떡볶이와 튀김을 앞에 두고 신이 나서 소식을 전했다.
“만나면 얘기해 주려고 그동안 참았어~.
나, 남자친구 생겼다! 놀랐지? ㅋㅋㅋ”
친구 얼굴이 갑자기 새빨개진다. 사람 얼굴이 저렇게까지 붉어질 수 있구나 싶어 친구를 놀렸다. "떡볶이가 너무 매워서 그래~." 사레들린 듯 캑캑거리는 친구에게 나는 급히 물을 떠다 주었다. 그게 다였다. 당시만 해도 눈치도 없고 멋도 모르던 나는 떡볶이가 매워서라는 친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연락이 뜸해졌다.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도 했다. 지금은 소식을 모르지만 가끔 그 친구가 떠오른다. 한 번은 이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들려준 적이 있다.
“엄마... 정말 그걸 몰랐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 없는 캐릭터가 만화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존재한다니, 게다가 그게 우리 엄마라니.”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웃기만 했다.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 친구는 나를 좋아했던 걸까. 그 마음을 확실하게 알 길은 영영 없다. 다만, 그날 떡볶이보다 더 붉었던 친구의 얼굴빛이 떠오를 뿐이다. 그 시절 나의 어리숙함과 이해되지 않던 친구의 행동들이 풋풋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만약 그때 친구의 마음을 먼저 확인했더라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현재의 남편이 된 그때의 남자친구와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 지금과 다를 것 없이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끔 상상해 본다. 평행이론 속 또 다른 나는 그 친구와 여전히 떡볶이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을까.
맞추지 못할 감정의 조각 하나가 그 시절의 공기 속에 먼지처럼 떠다닌다. 그것의 정체를 끝내 알 수 없기에 더 오래 머무른다. 아마 이 이야기는 영원한 미완으로 남을 것이다. 불쑥,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멈추게 하는 향기처럼 지나간 장면들이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