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를 듣다
그 시절 남학생은 두 파로 갈라졌다. SES냐, 혹은 핑클이냐.
SES가 먼저 데뷔했고, 역시나 대성에서는 SES 3명보다 1명 많은 4명으로 핑클을 만들었다. HOT, 젝스키스처럼. SES가 데뷔했을 때 남학생들은 미쳐 날뛰었다. 그리고 핑클이 나오면서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졌다. 물론 김현정을 좋아하는 친구 등 소규모 그룹도 존재했다.
나는 핑클이었다.
"어딜 가면 볼 수 있는지"라면서 잔잔하게 시작하는 블루레인. 당시 유행하던 헐렁한 힙합 바지인데, 마치 드레스 같기도 했던 새하얀 옷을 입고 등장한 핑클에 푹 빠졌다. 청순가련한 이미지에 반했던 것 같다. 이효리, 성유리는 지금 시대에 아이돌로 데뷔했어도 판도를 싹 정리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블루레인을 거쳐 내 남자 친구에게로 빵 뜨고, 루비까지 히트를 쳤다. 그리고 SES, 핑클의 라이벌 구도가 제대로 형성됐다. 둘의 이미지는 사뭇 달랐다. 그래서 더 편이 갈리지 않았나 싶다. 말 그대로 취향의 차이일 뿐이었다.
술만 퍼마시던 대학 시절에도 핑클은 좋아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이효리를 너무나도 좋아했던 친구의 동아리방에서 대낮에 핑클 콘서트 실황 비디오를 보기도 했다. 군대 갔다 오고 왕래가 뜸해졌는데, 그 친구는 지금 잘 지내려나 모르겠다. 이메일 아이디도 효리 핑클이었는데.
군 생활에서도 핑클, 그중에서도 이효리는 큰 힘이었다. 관물대 안쪽에 이효리 사진을 붙여놓고 혼자 흐뭇해하기도 했으니. 참고로 군 시절 최고는 보아의 넘버원이었다.
다시 핑클로 돌아와서, 1집은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한다. 영원한 사랑, 화이트, 당신은 모르실 거야 등 숱한 히트곡이 있지만, 내가 꼽는 핑클의 최고는 블루레인, 그리고 루비다.
*핑클의 정식(?) 명칭은 Fin.K.L이다. Fine Killing Liberty의 합성어로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우리가 끝낸다'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의미를 지녔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지만, 뭐 당시에는 이런 합성어를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PICK - Blue rain
SIDE A
1.Blue rain 4:19
2.사랑의 향기 4:09
3.SHADOW 4:05
4.루비 淚悲 : 슬픈 눈물 4:10
5.낙서 3:41
SIDE B
6.내 남차 친구에게 3:57
7.유혹 3:27
8.윙크 3:24
9.행복한 약속 3:35
10.가 3:37
11.블루데이 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