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오해에 대하여
사람들이 나를 보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악의가 아니라는 걸 안다.
위로이기도 하고, 안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늘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은 사람처럼 웃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한 발짝 더 혼자가 된다.
괜찮아 보인다는 말에는
설명이 필요 없다.
질문도 없다.
그 말 한마디로
내 상태는 정리된 것처럼 보인다.
그저
울지 않는 법을 조금 더 익혔고
무너지는 순간을
혼자 견디는 데 익숙해졌을 뿐이다.
아침에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아이 앞에서는 웃고
사람들 앞에서는 버틴다.
그 모든 하루를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말한다
그 말속에는
내가 어떤 밤을 지나왔는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괜찮아 보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순간을
삼켰는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어떤 하루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집에 돌아와 문을 닫는 순간
주저앉고 싶어진다.
하루 종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마음이
그제야 나를 따라 들어온다.
나는 그때 알았다.
괜찮아 보인다는 건
회복이 아니라
숨김일 수도 있다는 걸.
사람들은 내가 단단해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단단해진 게 아니라
잘 접히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다.
아프지 않은 척,
흔들리지 않는 척,
이미 다 지나간 사람처럼.
하지만 마음은
생각보다 천천히 정리된다
"빨리"라는 말은
어쩌면 10년일 수도 20년일 수도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는 아직
무너지고 있는 중일 수 있다.
그런 날에는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야”라는 말보다
차라리
“오늘은 어땠어?”라는 질문이
더 필요하다.
괜찮아 보이기 위해
나를 속이지 않기로 했다.
괜찮지 않은 날에도
나는 여전히 하루를 살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애쓰고 있다는 걸
이제는
내가 먼저 알아주고 싶다.
혹시 지금 당신도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아 보이는데
혼자 있을 때만 무너진다면,
그건 약해진 게 아니다.
당신이 아직
정직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Grit 그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