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얼굴로 하루를 버텨낸다는 것
잘 지내고 있냐는 질문에
나는 요즘 유난히 빨리 대답한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잠깐만 늦어져도
그 사이에 진짜 마음이 튀어나올까 봐.
이별 뒤로
나는 꽤 많은 ‘괜찮음’을 연습했다.
안부 문자에도,
우연히 마주친 얼굴 앞에서도,
SNS 속 웃는 사진 아래에서도.
괜찮은 사람처럼 말하고,
이미 지나간 사람처럼 행동하는 법.
그게 어른스러움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그런데 이상하게
잘 지내는 척을 오래 할수록
몸이 먼저 지쳤다.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집에 돌아와 아무 말도 하기 싫어졌다.
말을 안 하는 게 편해진 게 아니라
더 이상 연기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지내는 척에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든다.
표정 관리,
말투 조절,
감정 누르기.
슬프지 않은 척,
아쉽지 않은 척,
아직 마음이 남아 있지 않은 척.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시간 안에는
잘 지내는 척 버텨야 하는 날들도
함께 들어 있다.
울고 싶은 날에도 웃어야 하고,
무너진 날에도 일상은 계속되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시간들.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나는 조금씩 알게 됐다.
회복은
항상 씩씩한 얼굴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요즘의 나는
굳이 잘 지내는 척을 덜 한다.
괜찮지 않은 날에는
괜찮지 않은 표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말하기 싫은 날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안심을 위해
내 마음을 정리된 것처럼 보이지 않기로 했다.
아직 사랑 중이라는 말은
아직 울고 있다는 뜻도 아니고,
아직 붙잡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
그저
아직 마음을 속이지 않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주 잘 지내지는 않지만
아주 솔직하게 하루를 산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덜 아픈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