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아니라 사랑이라 믿고 싶을 때

사랑이 식지 않아서가 아니라 , 마음이 늦어서

by 그릿 grit

어떤 감정은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도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건 미련이라고.


이미 지나간 마음을 붙잡고 있는 거라고.

하지만 나는 가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정말 미련일까.

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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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이라는 단어에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움이 따라붙는다.

놓지 못한 사람, 앞으로 가지 못한 사람,

정리하지 못한 마음.


그래서 우리는

자꾸 스스로를 설득한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그저 습관이라고,

시간이 해결해 줄 감정일 뿐이라고.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아직 그 사람의 이름이

문득 떠오르고,

좋았던 말투나 웃음이

하루 중 아무 때나 스며들고,

괜히 잘 지내는지 궁금해지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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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두고

미련이라고만 부르기엔

그 마음이 너무 조심스럽고,

너무 오래 견뎌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미련과 사랑을

서둘러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사랑은 늘 아름답기만 한 감정이 아니고,
끝나야만 진짜 사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했던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곧 잘못은 아니니까.


어쩌면 그건

아직 마음이

자기 속도를

찾는 중인 상태일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정리되는 시간은 다르고,

감정이 접히는 방식도 다르다.


누군가는 단번에 문을 닫고,

누군가는 한참을 서서

마지막 불을 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가장 잔인해지는 건

“왜 아직 이래?”라는 질문이다.

나는 요즘

그 질문을 조금 내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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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 날이 있어도 괜찮다고,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고.


사랑은 끝났어도

사랑했던 내가

함께 끝나야 하는 건 아니니까.


아직이라는 감정 속에서도

나는 분명 하루를 살아내고 있고,

그 마음을 안고도

웃고, 일하고, 잠들 수 있다.


그게 가능하다는 건

내가 생각보다

꽤 단단해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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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이 감정에

굳이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

미련이든 사랑이든

지금의 나는

그 마음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아직 사랑 중이라는 말은

아직 멈춰 있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는

그 정도의 진실만으로도

충분하다.

— 그릿 G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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