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는 말보다 아직이라는 감정

마음이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도 괜찮은 이유

by 그릿 grit

끝났다는 말은 생각보다 쉽다.

마음을 정리할 때보다

입으로 먼저 정리가 된다.


끝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늘 말 뒤에 온다.


이제 끝났어 , 다 지나갔어

괜찮아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그 말에 맞춰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마음까지 같이 정리된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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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끝난 건 관계였지

감정은 아니었다.


이미 헤어졌는데

여전히 그 사람의 하루를 떠올리고

괜히 휴대폰을 한번 더 확인하고

아무 일 없던 얼굴로 하루를 살다가

밤이 되면 혼자 무너지는 날들


그 시간을

나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끝났다고 하기엔 마음이 너무 분주했고

아직이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아직도 그 사람 좋아해?

왜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어?

이미 끝난 인연이잖아.


그 질문들 앞에서

나는 설명할 말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설명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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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라갈 준비가

아직 안 됐을 뿐인데

그걸 증명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감정은 정리해야 한다고 해서

정리되지 않는다.

결심보다 늦게 움직이고

말보다 오래 남는다.


"아직"이라는 감정은

미련도 아니고

희망도 아니다.

그저 끝났다는 사실을

마음이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빨리 괜찮아지지 못했다고

나를 다그치지 않기로 했다

아직이라는 상태에서도

나는 분명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끝났다는 말보다

아직이라는 감정이 더 솔직한 날들이 있다.

그 솔직함 덕분에

나는 나를 속이지 않을 수 있었고

억지로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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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감정을 안고 있어도

하루는 흘러가고 우리는 또 살아낸다


혹시 지금 당신도

아직이라는 감정 한가운데 있다면

괜찮다.

그건 뒤쳐진 게 아니라 , 지질한 게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이 글은

그 "아직"의 시간을

재촉하지 않겠다는 약속에서

시작한다.


아직 괜찮아지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하다

오늘도 , 아직인 마음을 지키는 당신 에게

-Grit 그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