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공포증에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 번호 순으로 발표를 시키는 순간이 올 때면 나는 늘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다. '제발 나만 시키지 말아라!' 간절히 바라면서도, 내 차례가 점점 다가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보려 했지만, 날짜 순으로 발표하는 날이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늘이 5일이라면 5번, 15번, 25번... 내 차례가 다가오면 심장은 점점 더 요동쳤다. 그리고 결국,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즉흥적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아예 생각이 멈춰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상황이 끝나고 나면, 그제야 할 말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이 간단한 말을 왜 그 순간엔 하지 못했을까?' 늘 뒤늦은 후회만이 남았다.
즉흥적인 말솜씨가 부족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글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카톡이 전화보다 편했고, 돌발 질문보다 미리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는 게 좋았다. 순간의 긴장감 속에서도 능숙하게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늘 부러웠고, 나도 저렇게 말을 잘하고 싶었다.
그런 나도, 철저한 준비를 하면 말하기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다. 물리치료사에서 보건직 공무원으로의 전환을 준비할 때, 면접이라는 산을 넘어야 했다. 공직 윤리, 인성, 전공지식, 시사상식, 지역 뉴스까지. 면접에서 나올 모든 예상 질문에 대해 답변을 만들고, 이를 녹음해 내 말의 속도와 억양을 분석했다. 부족한 부분을 고쳐가며 거울 앞에서 수십 번씩 연습을 거듭했다. 스피치 학원과 면접 스터디를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공무원으로의 전환을 성공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은 타고나지 않더라도, 철저한 준비와 연습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여전히 나는 준비가 부족하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돌발 질문 앞에서 긴장한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선다.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꿈코치 강연가의 길을 꿈꾼다. 즉흥적으론 어렵지만, 철저한 준비로 무대 위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 그 여정 속에서의 나의 성장과 변화를 시작부터 세세히 기록해 보고 싶다.
어쩌면, 즉흥적으로도 능숙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이 오지 않더라도 괜찮다. 나는 부족한 점을 언제나 노력으로 채워나가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