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하늘에 추억의 선 하나 긋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 그 파란 하늘에 하얀 선을 그으며 비행기가 지나간다. 착륙하려는 것인지 이륙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뒤로 새하얀 궤적이 새겨진다.
반짝이는 불빛. 항로를 찾아 새처럼 날아가는 모습이 경이롭다.
까치 한 마리 포르르 난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이 전봇대에서 저 전봇대로 자리를 옮겨 다닌다. 인간이 만들어낸 구조물, 가로등 꼭대기에도 앉아보고 전선에도 앉아본다. 새들은 고무줄놀이를 하듯 자유롭다.
어린 시절 고무줄놀이라는 것이 있었다. 아마도 지금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놀이 중 하나일 것이다. 까만 긴 고무줄을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잡고 그 고무줄을 이용하여 어떤 노래에 맞춰 노는 것이었는데 혼자 혹은 여럿이 검은 고무줄 위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놀이다. 원래는 줄놀이였는데 일제 강점기 이후 고무가 유입되면서 고무줄놀이가 전국적으로 보편화되었고 율동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도 그 시대 상황에 맞는 노래가 유행하였다고 한다.
춤이라고 해야 할지 놀이라고 해야 할지 경계가 모호했지만 여럿이 함께 움직일 때 누군가의 발이 검은 고무줄에 걸리면 그것으로 줄 잡아주는 팀과 교체되었다. 돌아보면 나는 그런 율동에는 전혀 감각이 없었다. 함께 리듬에 맞춰 율동을 할 정도로 민첩하지도 않았으며 음악적인 감각도 서툴렀다. 멀찍이서 친구들이 검은 고무줄을 가지고 춤추듯 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신기했던 생각이 난다.
검은 고무줄 하나가 공간을 만드는 것, 검은 고무줄 하나만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 놀이터가 되었다. 심지어 양쪽 줄을 잡아줄 사람이 없어도 나무와 나무 사이 고무줄을 매달아 놓고 혼자서도 잘들 놀았다
검은 고무줄이 만든 유희의 공간. 하얀 타이즈를 신고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여자 아이들이 팔짝 거리며 뛰어 논다. 쉼 없는 움직임, 군무이기도 하고 독무이기도 한. 놀이이면서 춤이기도 한 그 움직임을 검은 전선 위를 분주히 오가는 까치 한 마리를 보며 떠올리고 있다.
비행기는 이미 지나가고 하늘에 날카로운 궤적을 남겼다.
까치 한 마리가 검은 전선과 전선 사이 퐁퐁 거리며 날 때마다 검은 전선은 아주 약간씩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검은 선위로 폴짝이며 뛰놀던 어린 날의 친구들 모습이 떠오른다.
까치도 고무줄 유희를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 탄력 있는 검은 선은 나뭇가지와는 또 다른 느낌일 테니...
하늘에 그어진 선들, 사람이 만들어낸 수많은 선들이 보인다. 전봇대와 전봇대를 이어주는 긴 선과. 아파트의 스카이 라인...... 우리는 날마다 선을 하나씩 그리고 산다.
봄 하늘 위로 까치들은 고무줄놀이를 하고 나는 그 위로 추억의 선 하나를 그리고 있다.
재주가 없어 전혀 잘하지 못했던 고무줄놀이. 나와는 달리 날렵하게 허공을 가르며 뛰던 그 여자아이들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