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결혼

연리지와 혼인목

연리지는 종류가 같은 두 그루의 나무가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자라면서 가지가 엉겨 붙어 마치 한 그루 나무처럼 자라는 것을 말한다. 모든 양분을 서로 공유한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 뿌리가 이어지면 연리근이라 하는데 가지가 붙은 연리지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수시로 부는 바람 때문에 가지가 맞닿아 이어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흔히 연리지라고 부르는 것은 연리목이다.


'연리(連理)’'라는 말은 후한서(後漢書) '채옹전(蔡邕傳)'에서 지극한 효심을 상징하는 뜻으로 사용되었는데 전해지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후한 사람 채옹은 성품이 독실하고 효성이 지극하였는데, 어머니가 병으로 앓아누운 3년 동안 계절이 바뀌어도 옷 한번 벗지 않았으며, 70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집 옆에 초막을 짓고 모든 행동을 예에 맞도록 하였다. 「그 후 채옹의 집 앞에 두 그루의 나무가 자랐는데, 점점 가지가 서로 붙어 하나가 되었다. 원근의 사람들이 기이하게 생각하여 모두들 와서 구경했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에서는 '연리'가 부부간의 변함없는 사랑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연리'의 의미는 효심보다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더 보편적이다.


혼인목은 같은 종류 혹은 다른 종류의 나무 두 그루가 자라면서 자리를 내어주기도 하고 필요하면 뻗어나가기도 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한 쌍의 나무를 일컫는다. 어느 한 나무가 먼저 죽으면 다른 한 나무도 서서히 죽어 가는데 그 이유는 한 나무가 없어진 공간에 햇빛이나 비, 바람들의 강도가 달라져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라 한다. 나무의 결혼을 사람의 결혼과 견주어 생각하면 혼인목이 더 부부의 모습에 가깝게 보인다.



연리지와 혼인목은 나무의 언어를 잘 알지 못하는 인간들이 겉모습만으로 '사랑'의 상징이라 생각하지만

왜 두 나무가 함께 붙어야만 했을까는 환경 요인에 대한 서로 간의 타협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한 자리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나무, 같은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나무에게 이웃은 공동운명체일 것이다. 사랑은 인간이 만든 관념일 것이고 나무들은 사랑보다 더 중요한 생존을 위해 서로가 필요했으리라. 사랑이 생존법이고 생존이 곧 사랑법이기도 한 나무 앞에 인간의 '사랑' 방식을 운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 곳에 뿌리내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들은 자연 요소들을 최대한 이용하여 생활 반경을 넓힌다. 바람으로, 곤충으로, 물로... 어디론가 날아간 나무들의 씨앗들이 터를 잡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 인접한 나무와 줄기를 공유하는 것, 서로의 가지를 뻗어 서로를 연결하는 것, 서로 뒤엉켜 서로의 하늘을 공유하고 서로의 뿌리를 공유한다. 비바람과 눈보라를 공유하며 둘이면서 하나이기도 한 나무로 성장한다.


나무들의 선택이었을까. 같은 종이 아닌 나무끼리 서로 뒤엉켜 의지한 채 자라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게다가 한 나무가 먼저 죽으면 나머지 나무까지도 제대로 살지 못한다니...

이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떠날 수 없는 숙명을 지닌 나무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일은 서로를 위한 사랑법이다. 인간의 눈으로는 나무의 깊은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지만 나무의 결혼은 숭고한 의식이며 살아가는 이유이며, 살아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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