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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심장에 있다

삶이 단 1분만 남았다면  그 1분이라도 떳떳해지고 싶다/ 미얀마

미얀마의 봄/ 혁명은 심장에 있다

5.11일로 쿠데타 100일을 맞는 미얀마.

석 달 넘게 군경에 의한 민간인  사망과 체포가 이어지고 있다.

최종적으로 어느 쪽이 승리하건 미얀마의 미래는 암울하다. 미얀마는 아직 피의 전투 중이다     

희생된 민간인 수는 10일까지 780명에 이르고  군경에 체포된 사람만 해도 3826명이 넘는다고 한다.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 활동하던  시인 껫띠는 군경에 체포된 후 시신으로 돌아왔다.

껫띠는  군부 쿠데타 이후 몇 편의 시를 발표했는데

“나는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순교자가 되고 싶지 않다. 불의를 지지하고 싶지 않다. 삶이 단 1분만 남았다면 그 1분이라도 떳떳해지고 싶다.”          

또 다른 시에서는 

“그들은 머리를 쏜다/ 혁명은 심장에 있다/ 그들은 그것을 모른다.”라고 썼다

그가 최근에 남긴 시에는

“나의 사람들이 총에 맞는데 나는 시만 던질 수 있다/ 목소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확신한다면/ 총을 신중하게 선택해야만 한다”     


8일 남편과 함께 무장 군경에 연행된 아내는 다음 날  병원으로 와서 남편을 만나라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남편은 병실이 아닌 영안실에 있었다. 내부 장기가 제거된 상태였다.

미얀마에서는 껫띠 시인처럼 군경에 체포되었다가 ‘장기 없는 시신’으로 돌아온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적출된 장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인 껫띠의 말처럼  혁명은 심장에 있기에 그들은 심장을 비롯한 모든 장기들을 제거한 것일까?

시신 훼손...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반인륜적인 행위다.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민주화 투쟁이 낯설지 않은 것은 1980년 광주의 5월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역사... 과거..  지난 일... 과거사를 잊어야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사람들은 무심히 말한다. 

그러나 수많은 과거사 중에서도 유독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민중을 상대로 행사된 폭력에 대한 기억들이다.  아무 이유 없이  죽어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5월 광주... 주먹밥과 최루탄과 무력 진압... 지천에 꽃들이 피었다. 진초록의 계절이었다.

도청 앞에서 시민군과 계엄군이 대치하던 날, 계엄군의 첫 발포 명령 신호는 

“쏴라”도 아니고 "저격"도 아니고  “애국가”였다.

갑자기 확성기를 통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시민군들이 어리둥절했다. 그 순간 무자비한 총격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지금도 가슴 아픈 일이다. 애국가와 발포 명령..... 나라 사랑의 노래와 국민을 향한 무자비한 총격의 시작 명령.


그해 5월... 시민군의 도청 사수는 결국 무기력하게 끝났고 군부는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진압에 공을 세운 이들은 진급을 했고, 가족을 찾지 못한 시민들은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아 헤매었다.

이미 주검이 된 사람들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동안 꽃들은 쉼 없이 피고 졌다.

무심한 5월이었다..... 

그리고 모두들 침묵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미얀마의 봄....

민중의 반정부 투쟁은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폭력 자제’를 호소하는 수준 외에  국제사회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적극적 개입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면서 미얀마인들은 반정부 무장투쟁으로 노선을 갈아타고 있다.  국제 사회가 경제 제재를 논의하려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엄밀히 내정 간섭이므로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힘 있는 국가들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사이 민중들은 심장을 잃고 폐를 잃고 간을 잃고 창자를 잃는다. 

모든 것이 비어버린 빈 몸뚱이. 거죽만 남은 이들이 돌아온다.    

이름 없는 혁명의 심장들이 어딘가로 실려간다.  더 이상 펌프질 할 수 없는 혁명의 심장들이 사라진다.

심장의 목소리가  죽어간다.


그래도 여전히 뜨거운 외침들이 남아있어... 

 그래도 여전히 민주화의 봄을 목이 터지도록 외치지만....

그들에게 봄은 올까..

미얀마의 외침들은  1980년 5월.... 광주의 기억을 소환하게 한다.

또 그 5월이 다시 왔다. 꽃들은 무심히 피고 진다. 

망월동 국립 묘지에 흰 옷 차려입은 여인들의 흐느낌이 스며드는  계절이다.  

숨어 우는 통곡 소리 들려오는.......... 바로 그 5월이다.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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