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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당신은 잠재적 멸종 위기 종입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


국립중앙박물관 기획특별전 ‘호모 사피엔스 : 진화 ∞, 관계&, 미래?’는 700만 년에 걸친 인류의 진화 여정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획전이라고 한다. 루시에서 수백만 년의 시간을 지나 현생인류에 이르는 생존의 자취를 더듬어보고 6번째의 절멸이 다가온다는 지금,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기획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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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의 두개골이 전시장에 놓여있다. 맨 앞줄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700만년 전 아프리카 초원을 두 발로 휘청이며 걷던 초기 인류, ‘루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 호모 에렉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수백만년 시간을 지나 마지막 줄에 다다르면 현생인류라고 불리는 3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전 인류의 흔적들이 전시공간에 압축되어있다. 두개골. 언젠가는 살아있는 개체들의 얼굴이었을 두개골은 표정이 없다. 공포, 기쁨, 절정, 환희, 분노, 두려움, 설렘... 수많은 희로애락이 새겨졌을 얼굴은 사라지고 퀭하게 빈 공간. 구멍 뚫린 두 개의 구멍. 발화 기관으로서의 기능이 사라진 입, 인류의 모든 것을 관장하던 뇌 또한 없다. 틀만 남아있다.


인간의 유전자(DNA)는 침팬지와는 98.8%, 고릴라와는 98.4%, 오랑우탄과는 96.9%, 닭과는 75%, 바나나와는 60% 정도를 공유한다고 한다. 바나나. 샛노란 바나나와 인간의 유전자가 60% 공유되어있다는 사실이 새롭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모두의 공통점은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서로의 몸에 존재하는 공유의 유전자에 대한 끌어당김인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다른 동물의 아기들에 비해 인간 아기들은 연약한 상태로 태어난다. 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생후 1년이 지나야 뒤뚱거리며 걷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을 보호할 날카롭거나 부드러운 것들을 하나도 가지지 못한 인간 아기들은 양육자의 보호 하에 자라나 걷고 달리고 사고하면서 수많은 것들을 만들어낸다.

호모 에렉투스는 직립의 인간이다. 두 발로 서게 되면서 비로소 손의 자유를 얻게 되었고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기어 다닐 때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흔히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를 상상력의 동물이라 칭한다. 다른 동물보다 탁월한 상상력과 예술에 대한 본능이 수많은 흔적을 남겼다. 스페인 북부나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4만 년 전 손그림,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이 이름 대신 손 그림을 남김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간절함처럼 보인다. 라스코, 쇼베의 동굴벽화에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이 섬세하게 표현되어있고 독일 슈타델 동굴에서 발견된 ‘사자인간’은 반인반수의 형상을 상아로 만든 것이다. 4만~3만 5000년 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조각이다. 살기 위한 생존 도구 제작뿐 아니라 그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남기려 했던 사피엔스들.


‘호모 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 기획전은 인류 진화의 여정을 돌아보면서 인류의 미래는 해피엔딩일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같은 호모 사피엔스 종일 지라도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피부색, 언어, 생김새, 가치관 등이 다르다. 때로 ’ 다름‘은 차별과 편견의 이유가 되기도 했고 여전히 전쟁과 반목, 민족주의, 힘의 논리가 존재한다. 바로 그런 점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간이 만들어 낸 수많은 것들은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 주었다.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향한 동경은 우주과학발전을 이끌어내었고 ‘존재하지 않음’의 것들을 ‘존재함’의 상태로, '불가능함'을 '가능함'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수많은 다른 생명들을 불편하고 빈곤하게, 피폐하게 만들었다. 발전이 가져온 폐해와 균열의 흔적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존의 가치를 잃어버린 인간들에게 팬데믹이라 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반격은 우연인지, 인간 스스로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버린 필연의 형벌인지 모르겠다. 지구 상 생명 탄생 이래로 5차례의, 절멸의 순간이 있었고 5번의 절멸의 시간 동안 생명체들에게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6번째 절멸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인간으로 인한 재앙일 것이라고 환경론자들은 입을 모은다.


친애하는 당신, 호모 사피엔스 님은 멸종 중입니다.

멸종 위기 종입니다...

잠재적 멸종 위기 종 일지로 모르는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는 공존의 가치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에 달려있다. / 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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